<게임월드>「블랙 앤 화이트」 뜰까 말까

「세상을 다 가져라.」

국내외 동시 출시를 앞두고 있는 PC게임 「블랙 앤 화이트」. 게이머가 신의 역할을 하는 이 게임은 모 이동전화 TV광고를 떠올리게 한다. 게이머가 사람이든 동물이든 세상 만물을 맘대로 창조할 수 있는 기발한 발상이 가히 충격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게임을 기획한 사람은 다름아닌 세계 게임계의 거장 피터 몰리뉴(42·영국)이기 때문. 그는 신 게임 시리즈로 누적판매량 1000만장을 기록할 만큼 화제를 불러모았다.

EA코리아는 최근 이 게임을 한글화, 30일 시판에 들어간다.

98년부터 무려 3년간의 산고를 거친 이 작품은 제작 소식이 알려질 때부터 세계 게이머들의 이목을 집중시켜온 화제작이다. 지난해 미국 E3쇼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비롯, 4개 부문을 휩쓸 정도로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특히 6만 단어의 스토리와 400개 이상의 과제, 40가지의 기적 등 방대한 스케일이 압권이다.

이 때문에 게임업계는 이 게임의 국내 성공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올해 최고의 화제작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게임이 국내에서 뜰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 게다가 한글화까지 단행, 국내 게이머들의 접근이 한결 쉬워졌다.

그러나 국내 게임업계의 반응은 의외로 썰렁하다. 배급사인 EA코리아도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쉽게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 이유로 국내 정서에 맞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게이머 자신이 신이 돼 선과 악을 조정해간다는 점뿐 아니라 전략 및 롤프레잉 등 여러 장르가 뒤섞인 게임진행 방식도 낯설다고 입을 모은다.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일부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유통될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몰리뉴의 대표작 「파퓰러스」도 국내에서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당시 전세계적으로 400만장이 팔린 이 작품은 국내에서 겨우 수천장 팔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EA코리아는 이런 징크스를 깨기 위해 단단히 벼르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온라인 예약 할인판매를 시작했고, 티셔츠와 캐릭터 3000점을 경품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 추첨을 통해 EA코리아 출시작을 보너스로 제공키로 하는 등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초반 판세는 우려 쪽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21일 온라인 판매를 마감한 결과 판매량은 1500장 수준. 「레드얼럿2」나 「디아블로2」가 5000장가량 판매된 것에 비하면 현격히 떨어지는 수치다.

세계적인 게임 디자이너 피터 몰리뉴. 그가 내놓는 작품은 언제나 월드베스트의 명성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에게 한국 시장은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몰리뉴 스스로 자신의 최대 역작으로 꼽는 「블랙 앤 화이트」. 그가 이 역작으로 「한국 징크스」를 털어버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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