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급인력 유출조사에 부쳐

정부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고급 연구개발 인력의 해외 유출에 대해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한 것은 때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현상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본다.

고급인력 유출에 대해 정부는 그동안 사실상 「방치」한 것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교육열이 매우 높아 많은 사람들이 유학을 가지만 선진국에서 국내로 돌아오지 않는 고급인력 비율도 작지 않다. 또 최근 들어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내의 연구소나 기업체 등에서 근무하던 고급인력이 일자리를 찾아서 해외로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정부가 고급인력 유출에까지 신경쓰기 어려웠던 것이 실업자가 100만명을 웃도는 상황에서 「해외 취업」까지 마다할 이유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또 노동시장에서 인력은 근로조건이 좋은 방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우리의 고급인력이 미국 등으로 유출되는 것은 경기부진으로 근무환경이 국내는 열악해지고 미국 등은 상대적으로 좋아지고 있는 데 따른 측면이 없지 않다. 특히 선진국은 붐을 타고 있는 정보통신(IT)이나 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미국에서는 IT분야에서만 올해 160만개의 일자리가 필요하나 자체에서 조달할 수 있는 인력은 85만명 정도밖에 안돼 절반 가까운 사람들을 외국에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고급인력에 대한 이민 장려정책을 사용하고 있으며 영국이나 일본도 인도의 고급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자국의 외국인 근로조건까지 완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인력 유출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중진국의 공통된 현상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치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이미 지난 외환위기 이후에 경험한 바 있지만 대량의 인력 유출로 인해 연구소나 기업체들이 첨단 연구개발에 상당한 차질을 빚은 게 사실이다. 앞으로도 고급인력이 지속적으로 해외로 유출된다면 「산업기술의 공동화」는 불가피해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인력 유출에 대한 정확한 원인분석을 한 다음, 고급인력이 유출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겠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실태조사가 체계적이고 상세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정부는 고급인력 유출방지 못지 않게 우리의 산업 분야에서 필요한 인력을 자체적으로 양성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의 산업도 이미 고도화돼 선진국 못지 않게 고급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IT와 같은 첨단산업 분야의 고급인력은 해외로 유출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2004년까지는 크게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것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기업체 자체의 고급인력 양성 노력도 있어야 하겠지만 대학과 많은 직업 훈련기관이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길러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현재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교과 과정이나 내용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개편이 요청된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