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220개, 코스닥 142개 등 362개 상장(등록)기업의 정기주주총회가 16일 일제히 열렸다. 정보기술(IT)업체들의 주총에선 대표이사 쟁탈전에서부터 사업분할, 외자유치 등 현안문제에 대해 열린 공방전이 펼쳐졌다. 주요 IT업체의 주총이슈를 요약한다.
○…SK텔레콤: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SKC&C에 대한 부당지원의혹과 합작사 전환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참여연대 김주영 변호사는 『SK텔레콤은 지난 98년 12월 최태원 회장이 최대주주(지분율 59.5%)로 있는 SKC&C에 자사의 전산장비를 426억원에 매각한 뒤 1조2000억원 규모의 외주용역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1000억원 이상을 지불했다』고 지적하고 『또 SK텔레콤은 SKC&C를 미국의 HP와 같은 전문회사와 합작회사로 전환시키기로 사외이사들과 약속했으나 2년이 넘도록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이에대해 이날 의장을 맡은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은 『SKC&C의 부당내부거래 문제는 이미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났다』고 답한 뒤 『HP가 합작사 설립과 기술이전을 조건으로 내세워 매년 연매출의 8%의 돈을 달라고 요구해와 합작사설립이 무산됐다』며 『SI의 순이익이 전체 매출액의 10%를 밑도는 상황에서 HP의 요구조건을 들어줬다가는 회사의 존립마저 위태로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5일 SKC&C는 최근 미국의 텔레스사와 49대51의 비율로 합작회사를 설립해 약속을 이행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전력:전력산업구조개편의 핵심인 발전부문 분할 계획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다음달 2일 5개 화력발전과 1개 원자력 자회사로 분할된다. 이날 주총개회를 앞두고 한전노조는 1시간전부터 조합원 100여명을 동원, 한전분할·민영화를 반대하며 주총저지를 시도했으나 경찰의 원천봉쇄로 진입에 실패했다.
○…무한기술투자:지난해 11월부터 초미의 관심사였던 경영권 분쟁이 이인규 사장측의 승리로 일단락. 이사 추가 선임권을 놓고 웰컴기술금융측과 IBC앤파트너스측이 각각 4명과 6명씩 추천했는데 IBC측에서 추천한 6명만이 신규 이사로 선출됐다. 이에 따라 이인규 사장의 우호세력이었던 IBC의 도움으로 이 사장은 경영권을 완전 장악할 수 있게 됐으며 메디슨으로부터 21%의 지분을 취득, 1대주주에 올라 있는 웰컴기술금융측의 무한기술투자 합병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이에대해 채운섭 웰컴기술금융 사장은 주총 표결 결과에 승복하면서도 『이인규 사장이 보여주었던 해사행위와 오늘 주총장에서의 비민주적 절차 등에 대해서는 대주주로서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표명, 무한 분쟁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음을 나타냈다.
주식 매매의 당사자였던 웰컴과 메디슨과의 관계도 새로운 분쟁의 불씨를 낳고 있다. 당초 메디슨으로부터 무한의 지분을 매입할 때 경영권 양도 내용이 계약서상에 포함됐던 점을 들어 웰컴이 메디슨측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합병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웰컴은 합병을 전제로 사들인 무한의 지분을 더이상 보유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보유 지분 처리방안을 놓고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창투사가 창투사 지분을 소유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포철:민영화 이후 첫 주총을 갖고 「동일인 3% 초과 주식취득 제한」조항을 삭제하는 한편 「이익소각」과 「주식매수 선택권」 근거조항을 마련. 또 지난해 6월 취득한 자사주 3%를 다음달 4일 이후 소각하고 현금배당 50%(액면가기준)를 실시키로 결의했다.
○…LG화학:오는 4월2일 LG화학, LG생활건강, LGCI 등 3개사로 회사가 분할될 예정이어서 주주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됐으나 막상 주총은 일사천리로 진행돼 회사측 관계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지난해 실적이 전년동기보다 외형 매출에서는 신장됐으나 경상이익, 순이익은 오히려 줄어들어 마지막 잔치의 빛이 바랬다는 후문.
○…동양기전, 일진:대부분의 전자·전기 업체들이 순이익을 기록한 가운데 지난해 순이익에서 순손실로 반전을 기록했던 일진과 동양기전은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동양기전의 순손실은 대우자동차로부터 130억 가량의 부도를 맞았고 이중 101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한 데 따른 것. 또 일진 역시 지난해 재고재산, 악성채권 등을 일제히 정리했기 때문.
양사 관계자는 『지난해 순손실을 기록했던 것은 특수한 상황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올해에는 다시 순이익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
○…PCB업체들:부가가치가 높은 PCB가 주로 탑재되는 정보통신·컴퓨터·반도체·이동전화기 등의 수출 호종에 힘입어 지난해 사상 최대의 매출실적을 올린 대덕전자, 대덕GDS, 페타시스, 큐엑텍코리아 등 주요 PCB업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주총을 열어 축제의 한판을 벌였다. 특히 그동안 누적적자에 허덕여온 큐엔텍코리아는 지난해 실적이 흑자로 반전, 대주주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창식 사장등 모든 임원이 재선임되기도.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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