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취업문화를 바꾼다.」
새로운 취업문화를 선도하는 두 주역은 한쌍의 모자를 연상시켰다. 자리를 함께 한 DIT(http://www.joblink.co.kr) 한현숙 사장(53)과 인크루트(http://www.incruit.com) 이광석 사장(27)은 치열한 인터넷 업계의 라이벌이라기보다는 같은 길을 가는 동반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시종일관 한국 취업문화의 문제점과 최근의 실업난에 대한 화제로 이끌어갔다.
지난 1998년 취업 포털사이트 잡링크와 인크루트 서비스를 각각 시작한 두 사람은 처음 만난 자리였지만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이광석 사장은 한현숙 사장을 SI사업의 탄탄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취업 사이트 운영을 시작한 대선배로 모시고 있다. 또 한현숙 사장은 이광석 사장을 어린 학생 신분으로 한 업체를 이끌어 가는 젊은 CEO로 존중하고 있다. 서로 언젠가 꼭 한번 만나고 싶은 사람이었다며 둘은 인사를 나눴다.
『우리나라의 취업문화도 이제는 기업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평생 직장의 개념도 사라져 가고 있고 구직자가 여러 기업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습니다. 다양하고 자세한 구인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개방됐기 때문입니다.』
한현숙 사장은 대한페인트 재직 시절부터 인력을 가장 중요시 했다. DIT 사장을 맡은 후에도 기업에 가장 소중한 자원은 사람이라는 경영 마인드를 품으며 국내 취업문화도 인터넷의 보급 이후 사람 중심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무척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1998년 IMF로 인한 실업문제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실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취업정보를 빠르게 전달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인터넷 취업사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회원이 하나씩 늘어가고 기업들도 취업 사이트에 대한 인식을 차츰 바꿔가고 있음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광석 사장은 학생시절 대학을 졸업하는 선배들의 취업난을 보며 사업을 시작했다. 상시채용이 일반화돼 있지 않아 취업시즌이 끝나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에게 최상의 취업정보를 빠르게 제공하고 서로의 요건을 최상으로 만족시키는 구인자와 구직자를 연결해주는 마켓플레이스 제공을 목표로 지금까지 왔다고 한다.
한국의 취업문화에 대한 논의로 시작된 두 사람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최근의 실업난으로 옮겨졌다.
이광석 사장은 『최근의 대졸 취업난는 1998년 IMF시절보다 한층 더합니다. 실제로 주위의 졸업생들을 보면 그들이 겪는 아픔은 대단합니다』라며 정부의 시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취업을 준비하거나 어렵게 직장에 들어가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친구들과 달리 학생신분으로 사업을 시작한 이 사장은 이번 실업난에 대한 걱정이 특히 남달랐다.
한현숙 사장은 『정부 차원의 실업대책이 필요합니다. 단기적으로 IT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시책은 그 교육 성과가 부족합니다. 정부의 장기적인 투자와 관심이 절대적입니다』라며 노련한 사업가답게 정부의 정책을 꼬집었다. CEO의 덕목으로 옳은 경영과 인력관리를 최우선으로 꼽는 한 사장은 사람을 소홀히 대하는 한국의 취업문화를 가장 걱정했다.
두 사람은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는 인터넷 업계의 eCEO로서의 어려운 점도 사심없이 나눴다. 해외로 출장을 나가거나 휴가를 얻어도 조금의 여유조차 허락지 않는 e메일의 짓궂음을 얘기하며 한바탕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서로의 얘기가 진행될수록 두 사람의 친근함은 더해갔다. 매일 서로의 사이트를 분석한다며 양 사이트의 장단점까지 얘기하는 모습에서는 경쟁자가 아닌 어머니와 아들의 정겨움을 느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무한한 취업마켓의 시장확대를 위한 선의의 경쟁자로서, 서로 어려움이 있을 때는 허심탄회하게 만나 얘기할 수 있는 동반자로서 앞으로를 약속하며 아쉬운 인사를 했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
<약력>
◆한현숙 사장
△48년 서울 출생
△66년 영국 퍼트니스쿨 졸업
△69년 영국 런던 칼리지 오브 인테리어 디자인 졸업, 대한조화공업사 이사
△71년 코리아플라스틱 뉴욕지사장
△92년 대한페인트앤잉크 회장 부속실장(이사)
△93년 DPI아메리카 사장
△95년 디아이티 부사장
△96년 디아이티 대표이사
◆이광석 사장
△74년 서울 출생
△93년 연세대학교 천문학과 입학
△98년 인크루트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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