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수같이 비가 내리는 밤. 두 무사가 다리 위에서 마주 서서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달빛조차 짙은 구름에 가려 모든 사물은 어둠속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무사의 칼만은 시퍼런 섬광을 내뿜는다.
이윽고 두 무사는 호흡을 가다듬고 귀를 찢는 듯한 괴성과 함께 질주한다. 칼과 칼이 부딪히는 금속성의 소리가 하늘을 가르고 칼날이 마주치면서 일어나는 불꽃은 비와 대비돼 처연함을 느끼게 한다.
한편의 무협영화를 보는 듯한 이 장면은 현재 베타 서비스를 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 「신영웅문」의 오프닝 애니메이션이다. 이 게임의 개발사인 태울은 온라인 게임이 어려워 이용자들이 접근하기 힘들다는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이미지 마케팅의 일환으로 오프닝 애니메이션 제작에 많은 투자를 했다. 한편의 단편영화를 보는 듯한 이 애니메이션은 영화적인 영상 기법을 도입해 게임의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NRG·임창정·유승준 등 인기 가수의 뮤직 비디오를 제작한 도준배씨가 감독을 맡았으며 탤런트 이나영의 모습이 3D로 구현돼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환상적인 화면 외에도 신영웅문은 그룹 「부활」의 베이스기타 연주자인 서재혁씨기 음악을 맡아 박진감 있는 사운드를 선사하고 있다. 때문에 전체 제작비가 1억2000만원에 달했다.
태울의 조현태 사장은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온라인 게임도 오프닝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오프닝 애니메이션이 강한 인상을 남겨 게임 서비스의 인지도와 인기 확산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애니메이션은 현재 90% 정도 제작되었고 신영웅문 상용 서비스와 함께 공개될 예정이다.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 「어둠의 전설」 등으로 잘 알려진 넥슨이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택티컬커맨더스」도 화려한 오프닝 애니메이션으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순간이동장치를 통해 지구를 침공해오는 외계인들과 벌이는 대결을 실감있게 표현함으로써 보는 사람이 직접 게임을 하고 있는 것처럼 긴장과 스릴을 느낄 수 있다. 택티컬커맨더스는 게임을 처음 시작할때뿐 아니라 중간중간에도 애니메이션을 집어넣어 재미를 더했다. 테마파크 등에서 상영되는 실감형 라이드 필름을 만들어온 제노스튜디오에서 6개월의 제작기간과 1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만들었다.
위메이드가 서비스하고 있는 「미르의 전설2」의 애니메이션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전체 4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으며 에피소드2가 먼저 완성돼 최근 공개됐으며 이달초에는 에피소드1, 3, 4편이 동시에 공개될 예정이다. 장면 위주로 전개되는 것에서 탈피해 좀더 개연성 있는 기승전결로 기획됐고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특성이 잘 전달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또한 캐릭터의 움직임을 모션 캡처로 받아내어 사실감을 구현했다.
특히 거대한 불덩어리가 한 마을을 휩쓸며 지나가는 장면은 마치 할리우드의 재난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의 스토리나 전개방식 등을 잠시 보여줌으로써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제작됐던 오프닝 애니메이션이 최근에는 독립적인 영상 장르로 인정받고 있다』며 『이같은 경향에 따라 국내 게임업체들도 오프닝 애니메이션에 많은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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