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지상중계-벤처투자 전망과 과제

△하재구(컨텐츠코리아 본부장)= 우선 우리나라 벤처캐피털들의 투자개념은 벤처 즉, 도전과 모험이라는 개념이 희박하다. 어쩌면 최근 국내 벤처캐피털 기업들은 일반적인 금융투자회사로 자리매김 해 가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적인 차원에서 당분간 벤처기업에 대한 육성이 필요한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투자기관의 안정성이 우선돼야 하겠으나 벤처캐피털 본연의 모습은 성공과 실패가 병행하며 원활히 투자가 연결돼 산업경쟁력을 확보하는데 그 기본적인 역할이 있다고 할 것이다. 작금의 투자여건이 열악하다는 의견들이 오고가지만 사실 돈이없어 투자를 못한다기보다는 벤처캐피털들이 자신이 없어 투자를 못하는 상황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양호(베이직기술투자 사장)= 방금 지적에 대해 나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국내 창업투자사는 150개 정도가 되는데, 이중 벤처캐피털 기능을 제대로 하는 회사는 20개 내외로 본다. 벤처캐피털의 정의를 「모험투자를 하느냐 안하느냐」로 정의를 내려서는 안된다고 본다. 벤처캐피털이든 기관투자가이든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자금의 성격이 어떠하느냐에 따라 투자자들의 행태가 다르다. 또한 모험성이 있느냐 없느냐, 리스크가 많은 회사에 투자를 하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런 기업들을 정상적이고 성공적인 기업으로 키울 수 있는 자신과 능력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벤처캐피털의 기능을 할 수 있는지 따져볼 수 있다. 아울러 벤처캐피털은 단순 투자가 아니라 벤처기업에 재원을 조달해 주고 지원해 성공적으로 키우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이걸 잘하는게 벤처캐피털이다. 어떤 회사에 투자할 때 성공할 수 있느냐 없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회사와 파트너십을 형성해서 같이 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단순히 사장에게만 맡겨 놓고 있는 것은 벤처캐피털이 아니라 단순 투자다.

△공석환(CCC벤처컨설팅 사장)= 실리콘밸리 현지 투자자들과 협의를 해보니, 기업투자가들의 경우 자기 나름대로 회사를 선별해 독자적으로 투자를 검토하고 있으나 벤처캐피털들은 수동적으로 회사 투자자들이 투자결정을 내리면 따라서 빈자리를 채우는 형식으로 투자를 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이런 점이 벤처캐피털의 한계가 아닌가 하고 생각된다. 이상적으로는 벤처캐피털이 벤처기업에 단순한 투자뿐 아니라 마케팅·네트워크 제공 등 회사를 키우는 활동을 해야 한다. 국내 창투사들이 미국의 벤처캐피털에 비해 부족하다고 비판 받아온 것도 이런 점들이다.

그러나 미국의 벤처캐피털도 시장이 안 좋으니까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서 회사를 발굴해 투자를 하고 회사를 키우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기업투자가들이 회사의 기술을 평가하고 투자회사에 마케팅의 도움을 주는 것에 의존해 투자를 추종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시장상황에서 한국의 창투사들이 부족한 것을 무조건 나무랄 수는 없다. 한편 미국의 벤처캐피털들은 투자회수 수단으로서 M&A를 심각히 고려하고 있다. 기업투자가도 그들이 투자한 벤처기업을 향후 M&A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서진구(코인텍 사장)= 미국의 경우 투자자금의 회수는 IPO(10%)보다 M&A(30%)를 통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국민정서뿐만 아니라 제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독과점이나 공정경쟁 측면에서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벤처기업 인수부문에서 혼동되어 적용되고 있다면 이것은 벤처환경의 중대한 저해요인이다.

△조내형(KTB네트워크 상무)= KTB네트워크의 경우 지난 88년에 미주사무소를 설치한 이래 투자수익에 있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지만 국내 벤처기업을 미국의 나스닥 IPO까지 연결하는 경우는 없었다. 미국의 벤처기업을 보면 한국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먼저 IPO에 간 기업들의 지분구조를 보면 창업자인 최고기술경영자(CTO)의 지분이 10%를 넘지 않는다. 최고경영자(CEO)의 지분이 10%, CTO·CFO·CMO 및 일반직원의 내부지분이 30%선이며 60%의 지분이 외부 투자자들의 몫으로 되어 있는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말하자면 창업자인 CTO가 기업을 소유하기 위해 창업한 것이 아니라, 창업한 기업의 가치를 높여 모든 투자자들에게 최고 투자 수익률을 줄 수 있도록 최적의 인적 구성을 한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소유 목적이 강한 편이어서 국내 벤처기업이 미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며, 제품 또한 세계표준에 적합해야 할 것이다.

△성규영(에어아이 사장)= 밴처캐피털 회사들은 올해 투자방향을 신규투자를 자제하고, 신규투자를 하더라도 이미 검증된 시장에서 소규모의 매우 낮은 프리미엄을 적용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특징은 지난 시절 벤처투자 패턴의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한 변신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벤처캐피털들의 투자 패턴이 이렇게 된다면 또 다른 문제점이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무선인터넷과 같이 기존에 없는 신규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사업은 앞에서 언급한 투자기본 방향에 부합되지 않아 투자를 유치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국내 무선인터넷 기업이 투자유치로 고전하는 사이에 이미 우리보다 앞서 투자를 유치하고 수익기반을 다질 수 있는 시장환경이 구축된 일본의 기업들이 국내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해 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과 장치는 있어야 된다.

△박태웅(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술평가센터장)= 최근 국내에서 벤처투자가 위축

되고 있는 가장 주된 원인중 하나는 「신뢰의 부재」다.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에 대해 투자자가 믿음을 갖지 못하고, IR에서 추천될 기업을 선정하는 절차나 평가의 공정성에 대해 투자자들이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 국내 투자현장의 실상이다. 신뢰부재 현상은 공정한 평가문화가 정착되지 못했고, 산업·시장·기업을 제대로 분석할 수 있는 공정하고 신뢰도 높은 애널리스트가 부족하다는 데 기인한다. 또한 투자자 보호를 위해 IPO 관련 질적심사기준 개선이 이뤄지고 그것을 위한 제도가 시행된다고 하더라고 그런 기준을 심사할 수 있기에 충분한 신뢰성 높은 정보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인프라와 인력이 부족하다면, 그런 제도적 개선은 실효성이 확보되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기업평가시스템의 개선과 함께 투자자들의 신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정보를 창출하는 산업·기업 분석가를 양성해 내기 위한 투자와 노력이 요구된다.

△한상기(벤처포트 사장)= 나도 같은 의견이다. 기업·투자 정보에 대한 교정기능을 애널리스트들이 맡아서 해야 한다. 즉, 투자를 위한 주변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애널리스트 양성이 중요하다.

△장세탁(리인터내셔널 상임고문)= 그동안 돈 놓고 돈먹기식의 벤처캐피털과 애널리스트들이 적지 않았다. 벤처캐피털들은 아직도 기술을 최우선으로 외치고 있으나 투자한 돈이 많이 나오게 하는 「마케팅」이 더 중요하다. 마케팅이 분명하면 수익이 나오고 돈이 나오는 곳에 투자가 몰리는 것이다. 특히 다양한 컨설팅회사들이 네트워크화해 능력을 합치고 이익을 공유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노상범(홍인인터넷 CSO)= 기업의 의무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자본금의 배수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불합리한 기업가치 평가방법과 투자 후에 벤처기업이 올바로 커갈 수 있도록 도와주지 못하는 등의 이유들 때문에 벤처기업 경영인으로서 그동안 국내의 창투사에 적지 않은 불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벤처기업들은 제대로 하고 있는가하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적지 않은 기업들(대부분 닷컴)로부터 「이런 식으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면 투자를 유치할 수 있겠습니까」라는 자문을 받은 적이 있다. 자신들의 사업을 제대로 일굴 생각은 안하고 투자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생각이다. 「기본으로의 복귀」는 창투사도 마찬가지겠지만 무엇보다도 벤처기업부터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

△최해원(네오빌 사장)= 벤처기업이라고 해서 일반 기업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핵심역량을 강화하고 그외 분야는 과감히 아웃소싱함으로써 업무효율을 올리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 항상 현금흐름에 관심을 갖고 필요한 분야의 업체와는 적극적인 업무제휴나 파트너십을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인사관리 측면에서도 정상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단기적인 접근은 핵심인력을 잃을 수 있다. 그리고 고객과 시장을 정확히 볼 수 있는 마케팅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원규(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묻지마 투자」로 시작했다가 「묻지마 투매」 상황에 와 있는 것이 작금의 우리 벤처의 한 단면이다. 정부의 IT 신산업 전략적 육성 등으로 벤처환경이 호전될 것으로 전망하나 벤처 침체시각도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실리콘밸리의 성공요인을 「변화 OK, 실패 OK, 정보교환 OK」라는 3가지 특성에서 찾고 있다. 우리도 벤처 본연의 정신, 윤리 등으로 벤처 고유의 생태계를 정착시켜야 할 때다. 한탕주의 집단이라는 일반대중의 벤처에 대한 시각을 불식시키고 한국 고유의 건전한 벤처문화 정착에 성공할 때 벤처투자는 안정 성장기에 접어들 것이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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