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한 LG텔레콤이 주식시장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LG텔레콤의 주가가 23일 4개 이동통신서비스업체 중 유일하게 하락한 것이다. LG텔레콤은 이날 전날보다 140원 하락한 6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LG텔레콤이 22일 발표한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결의를 둘러싼 물량부담과 몇가지 석연치 않은 점들이 주가를 끌어내린 것이다.
LG텔레콤은 오는 4월 12일 유상증자를 통해 액면가인 5000원에 6000만주를 신규로 발행할 계획이다. 이는 현재 총발행주식수 1억9070만주의 31.4%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총발행주식수는 2억5070만주로 늘어나게 돼 물량부담 압박이 높아지게 됐다.
양종인 동원경제연구소 연구원은 『9000억원이 넘는 자본금으로 가뜩이나 유통물량이 많은 LG텔레콤이 이번 유상증자로 인해 유통물량이 과도하게 늘어나 주가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증자를 둘러싼 증시의 시선도 곱지 않다. LG텔레콤의 대주주인 LG전자가 지난 7일 투자설명회(IR)때까지만 해도 『LG텔레콤의 증자참여는 불가하다』는 방침을 불과 2주만에 번복하고 증자참여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LG전자는 23일 『LG텔레콤에 투자한 주식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 서는 경우에 한해 증자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증시관계자들은 LG전자의 LG텔레콤 유상증자참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LG전자가 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실권주 발생으로 영국 브리티시텔레콤이 LG텔레콤의 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어 증자참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LG텔레콤의 최대주주인 LG전자(28.14%)와 2대 주주인 브리티시텔레콤(24.12%)은 불과 4% 정도의 지분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그동안 LG텔레콤의 유상증자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오던 브리티시텔레콤이 과연 증자에 참여할 것인가다. 반영원 굿모닝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는 브리티시텔레콤이 적극 추진한 것으로 안다』며 『브리티시텔레콤이 증자를 통한 LG텔레콤의 클린화를 통해 더 높은 매각가치를 이끌어 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22일 이사회에는 LG전자와 LG구조조정본부의 이사진들이 참여하지 않은 채 브리티시텔레콤과 LG텔레콤 이사 4명만이 참석해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일각에서는 LG전자의 LG텔레콤 증자참여 검토가 사실상 LG그룹이 동기식 차세대이동통신(IMT2000)에 나서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LG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LG그룹의 IMT2000에 대한 기존입장(비동기)은 변함이 없다』며 『LG텔레콤의 유상증자는 그룹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주주관계로 구성된 LG전자와 LG텔레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LG그룹은 이번 LG텔레콤 증자를 둘러싸고 LG전자와 LG텔레콤·LG그룹간에 서로 불협화음을 내고 있어 그룹내부의 의사결정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증시의 눈총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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