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회의 디지털세상 이야기>38회-네트워크 사회에 성공하려면

지난 50년간 컴퓨터와 통신기술은 우리 생활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를 갖게 되고 저렴한 비용으로 인터넷을 사용하게 되면서 일하는 방법과 살아가는 방법이 크게 달라졌다. 이같은 변화가 디지털 혁명이며 이렇게 변화된 사회경제 질서가 네트워크 사회, 디지털 경제다. 네트워크 사회의 변화된 환경에서 성공하려면 새로운 생각과 행동으로 다음의 네가지 패러다임에 적응해야 한다.

첫째, 고객은 왕이다. 인터넷에서는 의견교환이 빠르고 활발하기 때문에 고객의

매서운 한마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인터넷이 소비자 운동을 강화하는 도구가 된 사례로 도시바와 파이어스톤의 타이어 리콜(17회에 연재)을 들었다. 국내에서도 술자리에서 벌어진 정치인들의 추태가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파란을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인터넷의 힘을 실감한 경험이 있다. 얼마 전 수표 인출을 위해 현금인출기를 이용했는데 수표가 부족하다는 안내도 없이 금액이 모두 현찰로 출금되었다. 평소에도 고장이 잦아 이용하지 못했던 때가 많았다. 지점장에게 건의도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고, 결국 행장에게 직접 e메일을 보냈다. 놀랍게도 곧바로 조치가 취해졌다. 지점의 현금 인출기가 모두 새 것으로 바뀐 것이었다. 고객 e메일의 승리였다. 그 지점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더불어 좋아했다.

둘째, 속전속결하라. 링컨은 격동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늘 새롭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과거에는 변화의 주기를 10년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3개월 단위로 기술이 변한다. 3개월을 주기로 하는 1웹이어(one web year)는 인터넷시대의 1년으로, 4웹이어를 뒤진 기업은 경쟁력이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경직된 수직 조직보다 유연한 수평 조직으로 의사결정 시간을 줄이는 스피드 경영이 절실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빨리빨리」 습성이 몸에 밴 민족이다. 최단기간 완공 이후 보완공사가 계속되고 있는 경부고속도로 공사에서 이러한 민족 습성이 잘 나타난다. 이는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이른 시간 안에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계속 보완해 나가는 것이 완벽을 위해 오래 뜸들이는 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다. 「빨리빨리」라는 민족의 힘이 발휘될 수 있는 때가 온 것이다.

셋째, 세계로 눈을 돌려라. 인터넷은 장소의 한계가 없다. 외국이 우리시장을 쉽

게 공략할 수 있고, 우리도 그렇다. 이제 요구되는 것은 생각의 세계화, 교육의 국제화다. 일본의 외국인 학교는 80% 이상의 학생이 일본인이다. 그런 미국계 학교가 도쿄에만 10여 개가 넘고 중국·프랑스·독일 그리고 스페인계 학교도 있다. 입학 기준도 비교적 간단하다. 흔히 일본인은 영어를 잘 못한다고 하지만 옛날 말이다. 오히려 많은 일본인들이 완벽한 영어와 제2 외국어를 구사할 뿐만 아니라 외국 문화까지 익힌 세계인으로 커가고 있다. 우리의 다음 세대가 세계무대에서 이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우리는 세계화·국제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 모습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에서 사업도 하고 교수도 되는 반면, 국내의 외국인에게는 제약이 많다. 이제는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는 국가에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현실을 직시하자. 우리도 세계를 향해 과감히 문을 열 때가 되었다.

넷째, 투명성을 유지하라. 투명성은 서로를 믿게 하고 네트워크를 견고하게 하는 연결고리다. 네트워크 환경에서는 많은 것이 공유되므로 투명성에 기반을 둔 새로운 시장질서와 생활패턴이 요구된다. 투명한 기업은 네트워크를 통해 남에게 줄 일과 자신이 할 일에 효율성을 기함으로써 핵심역량을 강화한다. 반면에 투명성하지 못한 기업은 성장하지 못하고 네트워크 사회에서 도태당한다. 부실기업의 해외 인수 협상 결렬도 투명성의 문제였다. 이제 투명하고 정직한 기업에 기회가 주어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네트워크 사회는 새로운 기회며, 기회는 시대의 패러다임을 가진 자의 것이다. 시대를 읽어내고 대처하는 유연한 사고와 이에 따르는 과감한 행동이 필요하게 되었다. 얼마나 많은 기회를 우리의 것으로 만드느냐는 것은 변화하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에 달려있는 것이다.

김형회 (주)바이텍씨스템 회장(hhkim@bite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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