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라이벌 열전

「같은 하늘 아래 두 명의 고수는 설 수 없다.」

3월 KIGL과 PKO리그 개막을 앞두고 부문별 최고를 향한 프로게이머들간 라이벌전은 이미 시작됐다.

스타크래프트 남자부문에 임요환과 기욤 패트리, 여자부문에 김인경과 이은경, 그리고 피파2001 부문에 이지훈과 곽래혁이 현재 라이벌 열전을 쓰고 있는 대표주자다. 최강을 자부하는 이들은 상대방의 근황를 주시하며 올해 선보일 새 전략를 마련하는 데 여념이 없다. 이들이 올해 펼쳐 보일 명승부를 먼저 예상해 본다.

◇ 스타크래프트 남자=「테란의 황제」(IS)의 임요환 vs 「캐나디안 특급」 기욤 패트리(한게임).

임요환은 스타크래프트 게이머로는 드물게 테란을 주종족으로 한다. 테란은 다른 종족에 비해 경기 중후반에 진가가 나타난다. 따라서 초반 주도권 싸움이 승패를 가르는 프로게임의 세계에서 과히 사랑받지 못한다. 하지만 올해부터 테란이 강화된 패치 1.08로 경기가 운영될 예정이어서 임요환의 테란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임요환 선수는 최근 열린 레츠고 게임월드 한국최강 프로게이머 초청전에서 우승하며 이를 온몸으로 입증했다.

「메이저대회 킬러」로 통하는 기욤은 지난해 큰 경기에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며 1억5000만원 정도의 소득을 올렸다. 경기 전반적인 운영이 뛰어나고 배짱있는 플레이를 펼친다. 한번 러시하면 상대방을 몰살시키는 파괴력으로 단기전에 강하다. 주종족도 이같은 스타일을 닮아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프로토스를 선호한다.

올해 임요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기욤이 어떻게 넘어설지 자못 기대된다.

◇ 스타크래프트 여자=「여성 프로게이머 1세대 선두주자」 이은경(한국통신프리텔) vs 「2세대 선두주자」 김인경(삼성전자 칸).

이은경 선수는 베리라는 아이디로 널리 알려진 한국 여성 프로게이머의 간판스타. 지난해 잦은 게임단 이적으로 맘고생을 겪으며 한때 침체기를 맞기도 했다. 이번 시즌부터는 한국통신프리텔에 둥지를 틀고 최강으로서 명예회복에 나선다. 올 겨울 이은경 선수는 하루 10시간 맹훈련을 이겨내며 어떤 맵에서건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는 강한 프로토스를 내보일 각오다.

여기에 나이는 많지만 프로게이머의 연륜은 오히려 후배인 김인경 선수가 저그로 맞선다. 김인경 선수는 KIGL 추계·동계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이은경 선수의 뒤를 이을 차기주자로 올라섰다. 대 이은경 전적은 2전2패. 하지만 작년말부터 상승세를 타고 있어 올해는 해볼 만하다.

이 둘의 맞대결에는 여성 프로게이머 1세대와 2세대의 자존심이 걸려 있다. 또 게임단의 명가 한국통신프리텔과 삼성전자가 벌일 가장 치열한 격전지기도 하다. 이래저래 둘은 수많은 기대와 부담을 등에 지고 승부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 피파2001=「천하에 대적할 자 없다」 이지훈(한국통신프리텔) vs 「천하를 내놓아라」 곽래혁(더미디어).

이지훈 선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게임축구의 제왕. 지난해 KIGL 하계·추계·동계리그 3연속 우승 등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성적을 올렸다. 이런 이지훈 선수에게 더미디어의 신예 곽래혁 선수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곽래혁 선수는 삼성디지털배 2000 KIGL에서 기존 피파의 강자들을 차례로 무너뜨리며 피파2000의 최대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객관적인 평가로는 아직 이지훈 선수가 한수위. 그러나 올해부터 게임축구가 피파2000에서 피파2001로 바뀌면서 뜻밖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지훈 선수는 4-4-2, 4-3-3, 5-3-2 등 순간적인 공격형태의 변화로 상대를 압박하는 스타일이다. 한박자 빠른 슈팅, 미드필드진의 강한 압박은 이지훈 선수의 높은 벽을 실감케 한다. 하지만 최강에게도 약점은 있다. 「퇴장머신」이란 별명이 말해주듯 미드필드에서의 거친 플레이로 자주 퇴장을 당한다. 이 빈 틈을 곽래혁 선수가 어떻게 파고들지가 올해 피파2001 최강자 등극의 관건이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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