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관계관리(CRM)는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공통된 관심사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NCR 테라데이타의 마크 허드 부사장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3세대 CRM이 적용되고 있다』며 『어떻게 하면 고객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수익성과 연계할 수 있는지가 기업의 최대 고심』이라고 전할 정도로 CRM은 전세계적인 화두가 되고 있다. 이는 CRM이 기업의 수익창출과 직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수십 개에 달하는 회사들이 CRM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CRM 영역이 워낙 넓다 보니 콜센터·DB마케팅·e메일·데이터마이닝·다차원분석(OLAP)툴·데이터웨어하우징 솔루션 업체 등이 모두 CRM으로 달려들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제품이 발표될 정도로 CRM 시장을 둘러싸고 입질이 활발하다.
이는 그만큼 CRM 시장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 CRM은 시스템 소프트웨어와 달리 응용 소프트웨어라는 점에서 부가가치만 높다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외국이나 한국이나 모두 동일한 출발선상에 있다』며 『CRM은 기반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 국내 기술력으로도 승산이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발빠른 회사들은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현지 대학과 기술제휴를 체결하는가 하면 일본과 동남아 지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해외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e메일 마케팅 솔루션업체인 아이마스는 지난해 미국과 일본 현지법인 설립을 마무리하고 올해부터는 가시적인 성과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씨씨미디어를 비롯, 씨앤엠테크놀러지도 해외수출을 밝게 보고 있다.
하지만 한국회사들이 외국시장에 진출하려면 외산 장벽을 넘어야 한다. 이미 오라클을 비롯해 SAP·IBM·NCR·SAS 등 세계적인 회사들이 CRM에 출사표를 제출한데다 시벨이나 브로드비전·브로드베이스·이피퍼니 등 CRM에 특화된 전문기업들도 시장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더욱이 전세계 CRM 시장의 70%를 시벨이 점유할 정도로 외산 솔루션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CRM 시장은 가능성은 많지만 장벽이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자신감에 앞서 보다 냉철한 시각으로 현실을 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례로 아마존과 국내 인터넷 서점을 비교해 보자. 아마존 사이트를 방문하면 다양한 추천기능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개인별 취향에 따라 신작을 추천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전에 구입했던 책 저자의 신작도 메일로 소개해준다.
물론 아마존의 오랜 노하우에서 나오는 저력이기도 하지만 데이터 수집력과 분석·추천엔진·알고리듬 설계와 같은 CRM 구현에 필요한 기술면에서 국산이 우위에 있는지 자성해 봐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업체들의 영세성도 문제다. 50명 미만의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술력 보강이나 마케팅력에서 충분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결국 국내 업체들이 살 길은 이전투구식 경쟁보다는 협력으로 모아진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중복투자를 막고 공생의 길을 마련해야 한다. 제품개발이나 해외시장 진출에서도 산학연이 힘을 모은다면 시너지효과를 낳고 외국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대등한 실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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