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국내 보안 업체들이 협소한 국내 시장 규모와 사업성장의 한계를 깨닫고 정보보안의 본 고장인 미국 시장진출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미국 시장에는 세계 정보보안 시장을 주도하는 RSA시큐리티·네트워크어소시에이츠(NAI)·인터넷시큐리티시스템스(ISS)·시만텍·컴퓨터어소시에이츠(CA) 등 미국 국적의 업체는 물론 체크포인트·알라딘·라드가드·볼티모어테크놀로지 등 이스라엘, 아일랜드 태생의 업체들이 신기술과 아이디어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격전장이기도 하다. 이른바 정보보안 분야의 국제시장이다. 따라서 미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제품 성능을 인정받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미국시장은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가. 미국시장은 국내 시장과는 많이 다르다. 사회전반에 걸친 문화와 기업풍토, 시장환경 등이 다르다. 이 때문에 미국에 진출하려는 국내 정보보안 업체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진출해서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미국시장 진출계획이 있다면 현지 인맥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아무리 좋은 솔루션이나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어도 인맥이 없으면 미국 땅에 발 붙이기가 힘들다. 미국사회 역시 한국만큼이나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우선 전문가들로 구성된 경영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안 전문가·변호사·회계사·금융전문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영입해 이들을 통한 다양한 인맥을 이끌어낸다. 이에 못지 않게 이들 인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도 중요하다. 현지 파트너를 적극 활용해 제품이나 서비스의 레퍼런스 사이트를 구축하거나 실질적인 시장현황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두 번째로는 시장성에 바탕을 둔 새로운 기술로 정확한 타깃 마켓을 선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지에 연구개발(R&D) 센터를 두고 시장으로부터의 지속적인 요구사항을 수용하고 이를 반영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 하나는 미국에 진출하는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하는 점이다. 그동안 많은 업체들은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를 국내 시장이 가지는 시장규모의 한계성 때문에 더 넓은 시장으로 가고자 하는 것과 막연하게 나스닥에 상장해 투자수익과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같은 막연한 생각보다는 문화적 차이점, 높은 진입장벽, 장기전, 투자유치 여부 등을 파악하는 한편, 자체 개발기술이나 제품과 관련한 우위가 검증된 후에 생각해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들 수 있는 것은 제품의 현지화다. 국내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갖고 있는 제품이라 해도 미국시장에서 그대로 통용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크나큰 오산이다. 최초 기획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시장의 요구를 반영해야 하고 제품개발 후에도 시장요구에 발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성공사례:이글루시큐리티
「철저한 현지화 전략만이 수출을 성공적으로 성사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다.」
통합보안관리 솔루션 및 보안관제서비스 전문업체인 이글루시큐리티(대표 이득춘 http://www.igloosec.com)가 제시하는 해외진출의 성공비결이다. 이글루시큐리티는 99년 설립당시 국내 법인으로 출발했지만 현재 사업의 무게중심은 미국시장에 뿌리내리고 있다.
해외 본사가 미국 현지에 있는 것이다. 이는 타깃시장인 미주를 공략해 나가기 위해서는 시장과 고객의 니즈를 지역 거점을 통해 검증받아야 하고 또한 현지의 휴먼네트워크가 가동돼야 한다는 이유 때문. 지난해 초 시장조사를 필두로 수출 가능성을 타진하던 이글루는 올 들어 서서히 포문을 열고 있다. 작년 세계적 보안전시회인 CSI 출품을 계기로 북미지역 인터넷·시스템통합(SI) 업체들과 꾸준한 판매협상을 벌여 자사 보안관제서비스 도구인 「스파이더-1」의 수출계약 1건을 성사시켰다. 이 회사가 중점 개척하고 있는 분야는 시스템관리서비스제공업(MSP)시장. 저렴한 비용에 각 사이트들의 보안관리를 원격 제공한다는 MSP는 ISP·IDC·ASP·SI 등 현재 각광받고 있는 인터넷 업계를 대상으로 잠재력 있는 시장기반을 갖춘 아이템이다.
이를 위해 이글루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전략은 사람의 현지화다. 이 회사는 상반기 내 미국법인 증자를 마무리한 뒤 현지 보안업계 전문가를 CEO로 영입하고 영업·마케팅·기술지원 등 모든 업무를 현지인으로 채울 생각이다. 이를 통해 상반기에만 100만달러, 연내 20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릴 계획이다.
■인터뷰:이글루시큐리티 이득춘 사장
-미국 수출은 어떤 형태로 이뤄지고 있나.
▲미국 캘리포니아주 얼바인에 해외 본사를 두고 통합 보안관리 솔루션인 「스파이더-1」을 미국과 캐나다 지역에 수출하고 있다. 얼바인 본사는 이글루시큐리티의 해외지사 개념이 아니라 해외 본사 개념으로 앞으로도 북미 지역을 비롯한 전세계에 걸친 이글루의 사업을 관할하게 될 것이다.
-얼바인 본사는 어떻게 운영되나.
▲기술·영업·마케팅 전 분야에 걸친 모든 사업을 일임할 계획이다. 자본과 인력은 100% 현지에서 조달할 예정이며 현재 CEO 및 영업, 마케팅 인력을 물색중이다. 이와 함께 R&D센터를 미국 현지에 운영토록 해 해외 시장에서의 기술적인 요구에 발빠르게 대처할 계획이다.
-미국 진출시 애로사항은 없었나.
▲무엇보다도 「한국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떨치기가 힘들었다. 이글루가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일단 한국 업체라는 인식이 심어지게 되면 그에 따른 불이익을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했다. 미국에 해외 본사를 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하나는 현지 인맥이 많지 않았던 점이다.
-그동안 미국에서의 성과는.
▲얼바인의 해외본사를 통해 캐나다 업체에 스파이더-1 수출 계약을 맺었고 최근에는 2, 3개 업체와 계약 체결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은 성과가 미미하지만 올 상반기에만 100만달러 이상의 수출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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