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냉매없는 에어컨 세계 첫 개발

냉매를 사용하지 않고 신물질인 수소저장합금을 이용한 무공해 냉난방공조시스템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됐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오는 2004년부터 냉매를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에어컨·냉장고 등 냉동·냉장제품이 선보일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재료공학과 이재영 석좌교수팀은 16일 벤처기업인 템코(대표 차승식)와 공동으로 수소와 지르코늄계열(●TiCr●계, Ti●CrMn계)의 새로운 수소저장합금의 반응을 이용해 냉방효과를 낼 수 있는 비냉매공조(NRRA : Non-Refrigerant Refrigeration Air-conditioning)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개발된 NRRA시스템은 기존 냉매를 이용한 공조시스템과는 달리 수소저장합금을 넣은 두개의 열교환기 사이에 압축기(compressor)를 통해 수소를 두개의 열교환기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이동시켜 냉방열과 난방열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 시스템은 두개의 열교환기가 모두 냉방능력을 가지게 돼 냉방출력이 높고 실외기 등 복잡한 부대시설이 필요없어 제조원가나 시스템 부피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연구팀은 『수소저장합금이 수소와 반응할 경우 발열반응이 일어나 난방용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수소저장합금에서 수소를 제거하면 흡열반응이 일어나게 돼 냉방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지르코늄계열의 수소저장합금은 기존 고압탱크(120기압)에 수소를 저장하는 것보다 5배 이상 많은 수소를 저장할 수 있고 저장압력을 10기압 이하로 자유로이 조절 가능해 큰 열량을 얻을 수 있으며 가벼우면서도 안정성이 우수하다.

연구팀은 우선 자동차용 에어컨시스템으로 개발, 시험결과 20㎏의 수소 열교환기로 3500㎉/h의 열량을 얻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재영 교수는 『신물질은 수소와 가역반응을 통해 상온에서 1분 이내에 반응하기 때문에 가정용으로 상용화할 경우 제조원가가 기존 냉난방기에 비해 50% 수준으로 낮고 소비전력도 절반 정도면 가능하다』며 『수소반응열을 이용하는 환경친화적 제품으로 오는 2003년 자동차용 에어컨 개발에 이어 가정용 에어컨 및 냉난방 시스템, 냉장고, 산업용 냉동고 등으로 적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수소저장합금에 대한 연구는 주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수소공급시스템과 관련해 진행돼 왔으며 수소저장합금을 이용한 냉난방시스템에 관한 연구는 주로 폐열을 이용한 수소의 이동원리를 적용해 왔으나 냉방출력에 문제가 있어 상용화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CFCs, HCFCs 등 HFC계열 대체냉매의 경우 가격이 높고 냉방능력이 떨어져 차세대 대체냉매로 아직 사용되지 않고 있으며 CO₂, NH₄, 프로판가스를 비롯한 자연냉매의 경우 에너지효율이 낮은 데다 안정성이 떨어져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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