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피아>지식노동자 선언

The New Barbarian Manifesto.

이언 앵겔 지음, 장은수 옮김, 롱셀러 펴냄

우리 사회는 지금 기업의 구조조정과 정치가들의 싸움, 한 재벌 총수에 대한 탄핵으로 들끓고 있다. 국제 반도체 값의 하락과 미국경제의 경착륙 예고로 한국경제의 앞날이 불확실하다.

필자는 이러한 상황은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과도기적인 부작용이라고 생각한다. 정보화시대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도덕과 정의라고 생각했던 것은 20세기 기계산업시대에 걸쳤던 낡은 옷에 불과하다. 또한 전통경제를 뒷받침했던 많은 법칙들이 타당성을 잃어 버린다. 심지어는 『새로운 기술이 생산성을 높여 생산원가를 절감하고 값싼 재화의 공급을 증대시킴으로써 구매력을 촉진하고 시장을 확대시켜 더욱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제레미 리프킨 저, 노동의 종말 중에서)는 노동에 대한 고전적 이론마저도 부정당하고 있다.

「지식노동자 선언」에서 저자는 정보화시대에서 활약하게 될 인재는 지식노동자이며, 그 개인과 사회적 메커니즘을 상징적으로 「새로운 야만인」이라 정의하였다. 낡은 야만인은 20세기 권력에 의해 통제되고 관리되었던 대중적 민주주의 아래에서 관습에 근거한 독단적 도덕, 철학, 정치사상을 가진 개인(사회)을 말한다. 새로운 야만인은 정부의 간섭이나 규제가 늘어나면 언제든지 이사를 가고, 심지어 국적까지도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서비스 분야가 아닌 지식을 생산하는 직업을 갖으며, 종교적 배타주의, 민족주의, 대중주의를 부정하는 사람이다.

새로운 야만인을 고용하는 기업은 지역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글로벌 조직으로 운영되며 가상 공간에서 버추얼조직으로 통제한다. 원격근무자들이 원격 통신망을 통하여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함으로써 값비싼 도심의 사무실 공간은 더 이상 일할 공간이 아니며 필요한 때 가끔 만나 친교를 나누는 장소로 바뀌게 된다. 텔레코뮨(telecommune), 호텔링(hotelling), 텔레빌리지(televillage) 등이 생겨난다.

원격 근무자가 증가하게 되면 출근하는 사람이 적어지고 대중교통수단이 줄어들어 공해가 없어지므로 깨끗한 공기 속에서 살게 된다. 역 주변에서 통근자에게 의존하던 비즈니스는 수입이 감소되므로 세금을 조금 낼 수밖에 없게 되고, 정부는 더 많은 실업 급여와 사회보장 비용을 지불해야 하므로 적자재정 운영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대부분 직업을 잃게 되며 새로운 직업을 갖으려하나 일자리 수가 적기 때문에 실업자로 남게 된다. 정보사회에 있어 새롭게 생겨나는 직업비율(소멸직업 수에 대한 새 직업의 발생비율)은 산업시대에서 자동화로 인한 직업비율에 비해 훨씬 적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이나 이를 이용한 지식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며 엔터테인먼트, 실버, 도박산업 등 서비스 산업 분야에서도 일자리가 생기게 된다. 지식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수입이 많게 될 것이며 서비스업 종사자는 임시직과 같은 형편없는 보수를 받게 될 것이다.

정부는 공평과세라는 사회정의를 내세워 지식노동자나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거둬들이려 하나 이들은 사이버 공간을 이용해 쉽게 자금을 도피시킬 방법을 알고 있으므로 세금수입은 더욱 감소하게 된다. 이에 대응하여 정부는 규제와 간섭을 더 심하게 하게 되고 개인이나 기업은 돈을 은닉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다.

저자는 이런 시대를 「불확실성의 시대」로 규정하고 있다. 이 시대에는 현대의 과학적 사고나 선과 악, 논리와 비논리, 숫자를 기반으로 한 과거의 관습과 사상이 없어지고 새로운 관습과 가치 시스템이 생기게되며 이에 기반을 둔 새로운 공동체가 생긴다. 그 공동체는 민족국가가 아닌 철학적 견해를 같이하는 기업이나 조합·가족·부모그룹·소도시로 구성된다.

지식노동자는 새로운 공동체의 주인이며, 새로운 야만인의 사상과 사회 속에서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된다. 「새로운 야만인」은 우리보다는 개인, 세계주의보다는 지역주의에 따라 활동하되 사고는 세계적으한다. 정확한 시간, 정확한 자리, 정확한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자만이 정보화시대의 진정한 승리자가 된다는 것이다.

<정정화 한양대 교수 jchong@e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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