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벤처기업(601)

새로운 모험<1>

정치는 모험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제 시작하는 나의 입장에서 보면 정치도 하나의 모험이 아닐 수 없었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 나는 상당히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마음을 굳히고도 여러 날 고민했다. 김성길 명예총재를 만나고 돌아와서도 나는 한동안 갈피를 잡지 못했다. 왜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는가. 그것이 과연 명예로운 일인가. 정치를 하는 이유 가운데 더러는 자신이 하고 있는 기업을 정치적으로 후원하기 위한 편법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있지만 나로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잘 돼 가고 있으며, 그런 편법은 나로서는 싫어하는 일이었다. 정치란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을 명예롭고도 영광스럽게 지킬지도 의문이었다.

내가 일으켜 놓은 기업체의 대주주 입장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도 어렵다. 그렇게 되면 정계로 진출한 후에도 기업을 위해 일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정경유착의 고리를 만들 것이 분명했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발생하게 될 정경유착의 부조리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러는 기업을 더욱 키우기 위해 정계로 진출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로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생각이다. 정계 진출은 나로서는 마지막 승부이면서 마지막 모험이 될 것이다. 이 모험을 해야 하는 것일까. 한편 두려우면서도 새로운 모험에 도전하고 싶은 미묘한 충동이 일어났다. 나는 모험을 즐기고 있는지 모른다. 자칫 잘못하면 파멸의 구덩이로 빠질지 모르지만.

마음을 정해 놓고도 번복하고 싶은 고뇌에 빠져 있을 때, 홍석천 의원이 나를 찾았다. 그의 집으로 와서 저녁을 먹자고 했다. 단순히 식사를 하자는 목적이 아니고 앞으로의 일을 상의하려는 것이었다. 나는 다른 약속을 철회하고 그의 집으로 갔다. 그의 집은 한강변의 고층 아파트에 있었다.

문을 열어주는 사람은 홍 의원의 막내 며느리였다. 그녀는 한복을 입고 있었는데, 4년 전에 한 번 본 일이 있어 나는 잘 알아보지 못했다. 홍 의원에게는 다섯 아들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큰아들부터 시작해서 연차적으로 시집살이를 시켰다. 이제 막내아들이 홍 의원과 함께 기거하고 있는 셈이었다. 막내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죽는 바람에 시집살이를 하지는 않았다.

큰방으로 안내돼 들어가자 홍 의원이 차려놓은 상 앞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앞자리를 가리키면서 나에게 앉으라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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