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다시 수출이다>2회-지역별 시장공략 전략

◇미국

미국시장은 세계 최대의 시장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IDC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모니터시장 규모는 3476만대로 세계시장 1억660만대 가운데 35%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도 3779만대를 형성하면서 최대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모니터업체들이 미국시장 진출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시장은 나름대로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미국에 수출되는 국산 모니터는 대부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자가브랜드 제품의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모니터는 PC와 함께 공급되고 있다. 단품으로 판매된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세계 1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3위 업체인 LG전자도 미국시장에 막대한 모니터를 공급하고 있으나 대부분 세계 주요 컴퓨터업체를 대상으로 한 OEM공급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컴팩컴퓨터·휴렛팩커드(HP)·델컴퓨터·애플컴퓨터 등은 우리나라나 대만 업체로부터 대규모 물량을 OEM형태로 도입하고 있다. 또 일부이긴 하지만 컴퓨터 유통업체들도 OEM형태로 우리 제품을 도입해 자가브랜드를 부착·판매하고 있다.

그래서 국내 모니터업체들은 이들 대형 컴퓨터업체를 대상으로 OEM수출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 실례로 LG전자의 경우 미 애플컴퓨터의 I맥컴퓨터를 생산·공급하면서 여기에 200만대 규모의 모니터를 간접적으로 수출하고 있다.

OEM수출은 무엇보다도 대규모 수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다. 한번 계약 또는 선적 때마다 수십만대씩 수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미국시장은 규모면에선 세계 최대이지만 국내 중소업체들이 뚫기 어려운 시장임에는 틀림없다.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OEM수주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OEM수출방식은 판매마진이 자가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데다 브랜드 이미지를 알릴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미국에도 오피스데포·베스트바이 등 대형 컴퓨터양판점이나 유통점을 통해 자가브랜드 모니터가 판매되고 있으나 전체 수출물량에 비하면 미미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미국은 여전히 세계 모니터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지역이다. 또 품질이 우수하고 가격경쟁력만 갖추면 언제든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국내 모니터업체들이 이곳을 뚫지 않고서는 진정한 모니터강국을 실현할 수 없다는 점에서 미국은 우리의 「빅마켓」이다.

◇유럽

유럽은 수요면에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물론 국산모니터의 2위 수출지역이기도 하다.

유럽은 미국 문화와 조금 차이가 있다. 미국의 수출이 대형 컴퓨터업체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면 유럽은 유통업체들이 그 중심에 서 있다. 그래서 수출방식도 미국이 OEM수출방식이 주류를 이루는 반면 전대륙을 아우르는 양판점이나 컴퓨터 유통업체가 잘 발달돼 있는 유럽에는 우리의 자가브랜드 제품이 다소 수출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대형컴퓨터업체의 OEM수출이 전혀 없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유통업체와 함께 후지쯔지멘스 등 현지 컴퓨터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국내업체들의 OEM수출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미국과 비교하면 자가브랜드, 곧 일반 유통시장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이다.

유럽시장의 이같은 특성은 PC시장에서 조립PC의 비중이 크고 이로 인해 모니터단품시장이 잘 발달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업체 가운데 중견업체들이 이곳을 집중 공략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중소업체로선 미국 대형OEM공급권을 확보하기 보다는 이곳을 잘 개척하면 양판점을 통해 제품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가브랜드 수출은 OEM방식에 비해 물량이 적지만 판매마진이 좋다. 그래서 유럽은 중견업체들의 최대 수출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IMRI·한솔전자 등 중견모니터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이곳에 진출, 기대 이상의 수출실적을 달성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미국과 유럽에 비해 시장규모는 작지만 성장률이 가장 높은 차세대 유망시장이다. 그야말로 「모니터 신개척지」다.

IDC자료에서도 아시아태평양지역은 지난해 2449만대에서 연평균 18.3%씩 고속성장을 기록해 오는 2004년에는 유럽시장(3207만대)을 제치고 미국시장규모(4281만대)에 육박하는 3961만대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곳은 미국과 유럽과는 또 다른 시장이라 할 수 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는 대부분 절대강자가 없다는 게 특징이다.

PC를 포함한 IT 전분야에서 세계 거대기업이 토종기업에 맥을 못추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아울러 시장조사는 물론 시장예측도 어려운 지역이다. 그래서 국내 모니터업체들로서는 이곳을 잠재성이 가장 큰 제3의 수출지역으로 삼을 만하다. 특히 아시아태평양지역은 기존 사업전략이 쉽게 먹혀들지 않는 철저한 현지화가 필요한 지역이라 할 수 있다.

국내업체들이 현지문화를 이해하는 수준에서 사업을 전개해야 함은 말할나위 없다.

단, 중소업체들이 진출하기에는 아직 시장기반이 충분하지 않은 지역이라는 의견도 대두된다. 그러나 임자없는 땅(?)에서 새로운 터전을 마련할 여건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중소업체에 기대와 희망이 되고 있다. 최근 국내업체들의 생산거점이 이곳에 대거 마련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내 모니터업체들이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이곳에 기반 마련을 위한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어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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