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니스 고지를 선점하라.」
흔히 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내거는 구호지만 SK그룹에는 예외다. 전자화폐·지불서비스·모바일 비즈니스 등 여러 곳에서 SK 관계사간 「경쟁구도」가 발견되기 때문이다.
가장 심한 분야는 지불서비스 시장. 이 시장에서는 현재 3파전이 형성돼 있다. 우선 SK(주)가 이니시스에 투자해 설립한 KMPS가 있다. KMPS는 모바일 지불결제서비스 전문업체로 SK가 보유한 주유소의 VAN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런 와중에 SK텔레콤이 무선망에 기반한 m커머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지불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경쟁관계가 형성됨을 의미한다. 특히 KMPS는 주유소 오프라인 결제시장을 발판으로 모바일 VAN시장 공략을 계획하고 있어 SK텔레콤과 정면 충돌할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이 직접 출자한 CCK밴닷컴 역시 신용카드 VAN사업자라는 점에서 동일한 시장을 두고 다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화폐(IC카드) 시장 역시 비슷하다. SK가 이미 주유소나 주유소 편의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IC칩이 내장된 선불카드를 출시해 사업을 벌이고 있음에도 SK텔레콤은 가입자인증모듈(CIM) 카드를 이용한 서비스를 위해 비자캐시에 투자했다.
SK에서 이런 상황이 가능한 이유는 최고 경영자의 의지가 한몫했다. 최태원 회장이 『e비즈니스에서 중복투자는 걱정하지 마라. 잘하는 쪽을 지원할 것이다』라는 의지를 밝힌 지 오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담당자들 사이에선 관계사를 더 견제하는 눈치다. 다음달 중 기업용 m비즈니스 전담 자회사를 만드는 SKC&C는 SK 관계사에 대한 정보유출을 가장 조심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대립도 벌어진다. 통합마일리지 서비스(오케이캐시백)를 추진하고 있는 SK는 공동사업을 벌이기로 한 SK텔레콤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SK 담당자들이 오면 문전박대한 경험이 있다』고 토로했다. 포인트 적립금에 대한 비용 공동부담과 「넷츠고」라는 자체 콘텐츠사업의 입지가 축소된다는 점을 들어 반발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SK 관계자는 『SK그룹의 e비즈니스는 관계사들이 보유한 고객과 주유소라는 거점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한 축이기 때문에 개별기업을 넘나드는 마케팅이 불가피하다』며 『계열사간 경쟁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선의의 경쟁으로 시너지 효과를 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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