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식 사업의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장에서는 「비동기 필승, 동기 필패」라는 등식이 지배적 시각으로 자리잡고 있다. 당초 비동기를 선호하는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입지강화를 위해 내세운 논리지만 정작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이 사업권을 따내자 더욱 힘이 붙었다.
통신시장은 경쟁이 더욱 격화되면서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정글법칙이 지배하는 양상이다. 세계 랭킹 3위의 거대 단말기업체인 스웨덴 에릭슨이 최근 자체 생산을 포기한 것도 글로벌시장에서 3위 사업자의 위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를 원용한다면 한국에서도 3위 사업자의 설 자리는 거의 없어 보인다. 당장 이동전화시장에서도 인수합병이 이루어졌다. 3위(신세기통신)와 5위(한솔엠닷컴) 사업자가 각각 1, 2위 사업자에 흡수된 것이다. IMT2000시장이라고 해서 예외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추가 선정되는 동기사업자는 3위 사업자라는 「현실」을 안고 출발한다. 낙관을 불허하는 이유다.
그 스스로 야인(野人)시절에 『국내 업체는 동기가 유리하다』고 언급했던 이상철 한국통신 사장은 『현 구도에서는 어떤 동기사업자가 등장하더라도 승산이 희박하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통신프리텔 사장 시절 후발주자로 「박터지는」 시장경쟁을 경험해 보았고 이를 성공으로 이끈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이다. 그조차 동기사업성에 회의적인 것은 역시 「현실」을 감안한 것이란 분석이다.
동기가 기술적으로 훨씬 우월하고 망 운영 노하우가 충분하더라도 시장의 현실은 별개의 차원이다. 확고한 2강(비동기사업자)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동기사업자는 후발의 설움을 곱씹어야 하고 모든 마케팅 정책에서 결과적으로 「왕따」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더구나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투입, 붐을 조성해야 하지만 2개의 사업자가 쏟아붓는 「실탄」에 비해 동기의 홀로서기는 지난한 길이 될 게 분명하다.
특히 사업자 확보의 주요인 가운데 하나인 단말기 및 장비업체의 측면지원, 예컨데 광고·홍보·이벤트 등에서도 소외받을 가능성이 크다. 단말기업체로서는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큰 비동기에 예산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투하할 자원은 한정돼 있고 업체들은 그럴수록 선택과 집중에 주력할 것이다.
또다른 「현실」은 비동기사업자의 「동기 고사작전」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통신그룹과 SK텔레콤은 1·4분기중 cdma 1x 서비스에 돌입한다. 본격적인 IMT2000 상용화 시기는 유동적이지만 가급적 오랜 기간 지속할 것이 분명하다.
동기사업을 비동기에 비해 6개월 가량 먼저 시작, 초기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인센티브가 된다는 시각도 있지만 정반대의 우려도 제기되는 배경이다.
동기 서비스가 연내 혹은 내년초 시작된다 해도 시장에서는 비동기사업권을 따낸 2.5세대 동기사업자와 경쟁해야 한다. 즉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은 2.5세대에서는 동기를 3세대에서는 비동기를 준비하고 있고 초기 3세대 동기는 2.5세대와 큰 차이가 없어 가입자 유인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혹시 2세대 사업자인 LG텔레콤이 3세대 동기사업권을 확보, 연속적인 서비스가 이루어질 경우 상당한 플러스 효과가 기대되지만 LG는 이미 「동기 불가」를 확정한 상태다. LG를 제외한 여타 사업자가 3세대 서비스를 조기 시행해도 강력한 2.5세대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시작부터 휘청할 수밖에 없다는 일부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타 전세계 사업자 가운데 불과 두서너곳에 불과한 마이너군으로서 로밍의 불편, 광고전에서의 불리함 등은 사업자의 노력여하에 따라서는 커버가 가능한 문제로 보인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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