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국내 LCD프로젝터 시장은 밀수제품들의 판이었습니다. 이 때 밀수제품을 접한 소비자 열 가운데 아홉은 사후관리를 못받아 LCD프로젝터 하면 치를 떨어요.』
업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국내 LCD프로젝터의 대중화가 선진 외국에 비해 늦어진 이유를 장기적인 시각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업체보다는 한 번 물건을 들여와 돈을 챙기고 빠지거나 밀수로 제품을 공급하는 업자들이 판을 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LCD프로젝터는 올해부터 특별소비세가 완전히 없어지면서 말 그대로 특별한 제품이 아닌 일반 제품으로 탈바꿈했다. 특소세 폐지로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밀수업자들도 올해를 기점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수입업체들간 경쟁 무대였던 이 시장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시장 양성화가 가속화되고 LCD프로젝터에 대한 인지도와 이미지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초기시장을 주도했던 주요 수입판매업체들이 국내 대기업들의 참여를 두려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환영했던 것도 제품인지도 상승을 통한 시장확대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LG전자 등이 참여하기 시작한 99년부터 기대대로 LCD프로젝터 시장은 급속히 성장했다. 그리고 LCD프로젝터를 한때 장사로 생각하는 업자들은 모두 빠지고 장기적으로 LCD프로젝터 사업에 전의를 불태우는 업체들이 속속 시장에 가세했다.
바야흐로 LCD프로젝트 업계에 브랜드간 경쟁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국내시장에서 경합을 벌이는 20여개의 브랜드 가운데서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브랜드는 향후 2∼3년 안에 정리될 수밖에 없다. 시장은 계속 커지겠지만 브랜드신뢰도가 높은 업체의 점유율이 점점 높아지고 이들 업체가 마진을 한층 줄여 서비스와 가격면에서 모두 경쟁력을 키워 시장을 장악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LCD프로젝터는 평균 1000만원대를 호가하는 고가장비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제품구입시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 때 판매업체가 갖는 가장 큰 경쟁력은 브랜드다.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LCD프로젝터의 경우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차별화된 제품과 지속적인 서비스에서 쌓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LCD프로젝터 시장이 다소 왜곡된 모습으로 발전해 왔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LCD프로젝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소비자들에게 필요 이상의 고성능 제품을 권하는 업체들의 행태를 지적하는데 장기적으로는 제살 깎아먹기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장은 고가 제품일수록 마진이 좋아 이익일 수 있지만 용도에 맞는 제품을 소비자에게 컨설팅해 줌으로써 얻게 되는 업체에 대한 신뢰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LCD프로젝터 시장은 외국시장에 비해 XGA급 이상의 고가제품 비율이 2배 이상 높아 자원낭비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또 시장을 개척하기보다는 형성된 시장에서 과열경쟁을 벌인다는 점도 LCD프로젝
터 업계의 고질병이라고 전한다. 이 과정에서 제품의 사양을 부풀리기도 하고 업체간 비방전도 불사한다. LCD프로젝터의 용도는 다양하기 때문에 업체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신규 시장 개척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휴대형 제품을 앞세워 출장 프레젠테이션이 잦은 기업을 공략하며 저가 모델로 LCD프로젝터를 필요로 하는 소규모 업체를 파고들고, 가정용으로 특화할 수 있는 모델을 선정해 홈시어터시스템 시장을 개척할 수도 있다. 이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사업추진에 장기적으로 메리트를 갖게 한다.
사실 지금 LCD프로젝터 업계에 가장 필요한 것은 관련업계가 모두 동참하는 공식적인 업계 단체다. 지금까지 LCD프로젝터 업계는 업체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율할 만한 기구도, 데이터를 공유할 만한 장치도 없다. 이 때문에 대외적으로 업계 이익을 주장할 주체도, 소비자들을 위한 제품구매 기준을 체계화할 주체도 없었다.
LCD프로젝터의 대중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제 업계는 공동의 이익과 책임을 공유할 수 있는 단체를 구성해 상생에 힘을 기울일 때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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