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외국대사에 듣는다>1회-이스라엘:아리엘 샤프란스키(Ariel Shafransky)

◆세계 경제가 신(新)경제체제로 급속도로 전환되면서 국가간 경계 허물기와 글로벌 차원의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21세기 신경제체제하에서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전략적인 차원에서 글로벌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첨단 제품과 서비스를 무기로 세계 무대를 제패할 것인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과거 제조업의 단순 하청기지에 불과하던 국가들의 기업도 신경제체제 논리를 체득하고 산업 현장에 적용한다면 얼마든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다.

이 같은 신경제 패러다임 아래서도 여전히 과거 산업화시대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역할은 중요하다. 국가는 새로운 경제의 패러다임을 규정하고 자국의 기업들에게 새로운 이념과 실천 방안을 전파하는 것은 물론 기업들의 해외 진출, 해외 기업들의 국내 유치 활동 등을 통해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활동을 벌인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각국 정부를 대표해 국내에 진출한 주한 대사관은 외교적인 현안 의 해결은 물론 한국과 자국 IT 분야 기술 교류 및 협력, 국내 기업과 자국 기업간 전력적 제휴 활동 지원 등을 통해 경제 협력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과거 냉전시대의 대사관은 정치적·외교적인 문제 해결에 치중했으나 이제는 통상외교의 첨병, 선진기술의 동향 분석 등 경제 분야 역할이 오히려 커졌다.

특히 국내에 진출한 각국 대사관들은 IT·전자산업 분야 등에서 비교적 높은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한국과 다각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국내에 진출한 주요 국가의 대사들을 만나 해당 국가의 IT산업 정책, IT 및 전자 분야의 양국간 협력 방안에 대해 들어보는 기획물을 마련, 시리즈로 내보낸다. 편집자◆

-이스라엘은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세계 각 나라와 교류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선 우리나라와 IT관련 교역현황은 어느정도됩니까. 그 규모를 밝혀주십시오.

▲현재 이스라엘의 IT산업 제품은 세계 각처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주요 기업들이 통신서비스 통신, 데이터 장비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지요. 이에 힘입어 이스라엘 IT산업분야의 수출은 지난 97년 이후 매년 50%씩 고속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질문하신 것처럼 이스라엘과 한국의 IT분야에서 협력은 지난 90년대 중반들어 시작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후 97년에 한국을 강타한 경제위기로 다소 주춤하긴했으나 98년 말 이후 양국간 협력이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습니다. 양국의 IT 교역량은 정확하게 집계할 수는 없지만 전체 무역량의 20%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양국간 수출입 실적은 미국, 일본 등 다른 국가와 비교해선 그리 많지는 않지만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지요. 사실이 그렇습니까.

▲이스라엘은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인구가 600만명에 불과한 아주 작은 나라입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 비해 교역량이 많지 않더라도 그 의미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욱이 지난 78년부터 92년까지 이스라엘은 주한공관이 없었으며 한국 역시 이스라엘주재 대사관을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또 당시 한국 기업들은 아랍, 회교도 국가들과 관계를 고려해 이스라엘과 사업하는 것을 꺼려왔습니다.

90년대 초 이스라엘은 주로 기술면에서, 한국은 대량생산 체체기반의 첨단 하이테크 산업을 주도하는 국가로 부상하면서 자연스럽게 협력의 길이 열리게 됐습니다. 이스라엘대사관은 지난 92년에 재개설 됐고 이스라엘 주재 한국대사관은 다음해인 93년에 개설됐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양국은 90년 후반에 결국 경제협정을 맺을 수 있는 단계까지 관계가 발전했으며 그 결과 교역량이 지난 90년대 초의 1억5000만달러에서 지난해 기준으로 10억달러까지 급성장 했습니다.

-양국의 IT분야 교류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이스라엘과 한국간의 교역을 분석해 보면 최근 몇 년간 고속 성장을 이루고 있으며 이 가운데 IT분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올해에도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럼, 화제를 바꿔보겠습니다. 요즈음 우리나라 벤처기업들이 이스라엘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실제 얼마전 KOTRA와 서울시가 공동으로 정보통신분야 10개의 유망 벤처기업을 이스라엘에 보내 외자유치와 전략적 제휴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벤처기업과 이스라엘 벤처기업의 교류가 활발하지요.

▲벤처기업의 특성은 기술력 및 아이디어면에서 독특한 반면 대부분 규모가 작습니다. 이 점은 한국이나 이스라엘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며 그 기업스스로 외부에 알리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되지요. 이 때문에 이스라엘대사관 상무과는 지난해 10월에 벤처기업 한국방문단을 결성한 바 있습니다. 방금 얘기하신 한국기업 방문단과 더불어 양국의 기업들이 오가면서 서로의 사정을 잘 알 수 있게 될 것으로 여겨집니다.

-양국 벤처기업간 제휴를 증진하는 방안은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이스라엘은 양국 벤처기업간에 「제휴」가 활성화되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중에 있습니다. 현재 초보단계에 머물러있지만 성숙단계가 오면 기대이상의 큰 성과를 달성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양국 정부는 최근 기업간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투자개발(R&D) 협정을 체결했으며 이로써 한국 기업들이 이스라엘에 지사를 설치(또는 이미 설립된 지사를 활용하도록)하거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이스라엘 벤처기업과 긴밀한 협력을 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최근 이스라엘에도 벤처기업 설립이 붐을 이루고 있으며 정부의 벤처육성책이 전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의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소개해 주십시오.

▲좋은 질문입니다. 이스라엘 정부만큼 완벽한 벤처기업 지원책을 수립하고 있는 국가도 없을 겁니다. 이스라엘에선 이미 90년대 초에 벤처 인큐베이터가 등장했습니다. 이는 러시아 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의 방대한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줬지요. 현재 세계 각국에 20개가 넘는 이스라엘의 인큐베이터가 설치되어 운영중에 있습니다. 이는 산업통상부의 국가 수석과학관의 산하기관으로 운영되며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는 기업들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아이디어로 출범하는 벤처기업가는 사업의 실행단계에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죠. 인큐베이터는 바로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세계시장에 응용, 판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장소, 재정적 자금 그리고 전문적 지도와 행정적 지원을 제공합니다.

기업체 입장에서는 인큐베이터를 통해 필요한 자금과 전략적 파트너를 찾게 되며 결국 인큐베이터 없이 생존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이스라엘이 내세우는 벤처육성책입니다.

-이스라엘은 IT분야에서 인터넷으로 전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핵심기술인 VoIP 등 특정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국제경쟁력을 갖고 있는 기술은 어떤 분야인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이스라엘이 내세우는 핵심기술로는 초당 10MB의 속도로 와이어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xDSL기술을 꼽습니다. 또한 이스라엘 기업들은 소리와 데이터 그리고 비디오 신호의 단일망 전송을 가능케 한 패킷교환기 프레임릴레이, ATM 같은 진보된 스위칭 기술도 높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IT기업체들은 주로 라디오 통신, 데이터 전송, 휴대 통신, RF모뎀, 장거리통화시스템, 무선호출장비 같은 무선통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또 소프트웨어(SW)디자인과 개발 부문에서도 국제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300개 이상의 SW업체들은 방화벽, 전화기 제조법, 비디오, 장거리 학습 솔루션과 WEB/IP장비 등은 놀랄만한 제품이지요.

-이스라엘 기업이나 기술이 세계적으로 우수하다고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네트워크(인력과 자금)의 힘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이 그렇지요.

▲이스라엘 기업의 능력과 혁신은 국제 네트워크의 결과라기보다는 지속적인 정책의 결과라고 말하는 것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은 국내총생산(GDP)의 10%를 교육에, 2.3%를 민영 연구개발(R&D)에 각각 할애하고 있으며 이런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이 세계적인 평가를 받는 요인이 됐습니다.

여기다 인구 1만명당 135명의 과학자와 기술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기술과 과학관련 근로자가 전체인구 가운데 무려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 산업무역부 산하 국가 수석과학관실의 기금지원을 받는 27개의 기술 인큐베이터 네트워크는 이스라엘 2500여개의 기술 벤처 기업들에 다양한 지원을 제공,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IT강국으로 부상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가 우수한 인력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스라엘이 추진하고 있는 인력양성 프로그램은 무엇입니까.

▲유대교육에서 발휘되는 실험정신과 군복무에서 우러나오는 경험을 토대로 경쟁력이 확보되고 있습니다. 특히 IT산업 또는 첨단산업 종사자들은 대부분 실무를 접한 후 필요에 따라 후에 대학에 진학해 학위를 받는 등 실무우선을 토대로 이론을 점차 갖춰나가고 있습니다.

-IT두뇌와 관련해 한국과 이스라엘간 인적 교류 방안은 없습니까.

▲지난해 한국과 이스라엘은 IT분야 증진차원에서 한국의 13개 선두 IT업체로 구성된 「한국 테크노마트 2000」의 참가단이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올해에는 이스라엘 대사관 주도하에 이스라엘 벤처기업 및 IT업체로 구성된 실사단이 한국을 방문할 계획입니다.

-한국이 이스라엘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실질적인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조언해 주시지요.

▲양국사이에는 기업간 협력을 쉽게 이끌어 낼 수 있는 경제협정서가 이미 체결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한국기업과 한국기업인에 바라는 것은 이스라엘 또는 이스라엘 기업에 대해 동반자적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국의 노하우와 이스라엘의 기술이 결합되고 기업간 기술교류가 활발하게 전개된다면 양국은 높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입니다.

한국 IT업계에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아리엘 샤프란스키(Ariel Shafransky) 대사 약력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동아시아 연구 전공(94년)

△이스라엘 외교관 시험 합격(94년)

△이스라엘 외무부 경제국장 보좌관(95년)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문화공보관(97년)

△주한이스라엘 대사관 공관차석(99년)

△주한이스라엘 대리대사(2000년 7월~현재)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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