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회의 디지털세상 이야기>35회-전자상거래와 사회정화

멀게만 보이던 전자상거래가 이제는 서서히 우리 생활 안에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가 18조6000억원으로 99년의 10조1000억원에 비해 84%나 증가하는 놀랄 만한 성장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당분간은 성장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전자상거래가 활성화하면 소비자는 폭넓은 선택과 시간·공간에 제한을 받지 않는 편리함을 누리게 된다. 한편 기업들은 사이버 공간 안에서 전세계를 무대로 시장을 넓힐 수 있고 자동적으로 축적되는 각종 자료를 과거에 시도할 수 없었던 새로운 마케팅이나 경영기법에 적용해 기업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어느 대학에서는 문구류같은 소모성 물품을 인터넷을 통한 경매로 구입했다. 과거 2억원에 납품받던 것을 인터넷 경매로 구매하니 1억5천000원 이하로 납품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경매를 통한 물품 구입이 처음이어서 우려와 반대가 많았지만 과감하게 시도했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한다. IBM의 경우 98년부터 인터넷으로 구매해오고 있다. 첫해 12억달러 규모이던 물량이 99년에는 130억달러로 늘더니 지난해엔 무려 432억달러 어치의 물품을 웹으로 구매해 20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한다.

이처럼 인터넷으로 구매하면 중간유통 과정과 절차를 크게 줄일 수 있어 비용절감은 물론 기업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납품업자를 만날 필요가 없으니 접대를 하거나 받을 필요도 없다.

전자상거래가 더욱 확산되고 우리 생활의 한 부분에 정착하려면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사회 풍토가 우선돼야 한다. 서로를 믿지 못할 때는 전자상거래를 통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로의 신용을 확인할 수 없거나 고객정보를 보호하지 못하면 이상적인 거래가 이뤄지기 힘들다. 자신의 자료가 외부에 노출될 때 그만큼 세금 부담이 커진다. 또 비자금을 마련할 방법이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환경을 감수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아직 대부분의 기업들이 전자상거래같은 투명한 방법을 기피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작년에 너도 나도 시작한 기업간(B2B) 전자상거래 포털들이 시작할 때와 달리 그 열기가 시들해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상거래라는 새로운 시스템으로부터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혜택과 이익은 이를 거부할 때 지킬 수 있는 혜택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한 풀 꺾인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자상거래 확산에 대한 요구의 소리는 점점 높아가고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올바른 전자상거래 문화가 정착되면 과거의 퇴폐적인 관행과 낭비가 없어져 기업의 경쟁력이 올라갈 것이며 이는 결국 총체적인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전자상거래는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장애 요인들을 없애고 확산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 자신이 가능한 한 모든 조달을 전자상거래로 유도해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 까다로운 납품업자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경쟁을 통해 납품가격을 낮추면 거래업자와 접촉할 필요가 없어지므로 많은 부조리를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울러 기업에도 투명한 경영일수록 더 많은 세제 혜택을 받도록 세법과 규정들을 개선해 투명한 거래가 활성화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정부 자체가 투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적자금이나 기밀비·판공비 등 돈에 관련되는 모든 부분들이 투명해야 기업에도 투명성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처럼 정부와 지도자들이 투명하면 이는 자연스럽게 사회 정화로 이어질 것이다.

모든 것을 드러내고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는 투명한 기업, 또 그런 정부에 더 많은 기회와 가능성, 그리고 경쟁력이 주어진다. 그러려면 진실과 정직에 바탕을 둬야 한다. 이는 우리가 몰라서 못한 것이 아니다. 알면서도 못한, 아니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것일 뿐이다. 지금보다 더 잘사는 세상, 더 좋은 세상을 만들자고 하기보다 지금보다 더 정직한 개인과 기업, 그리고 정부가 되기를 스스로 다짐하자. 「정직이 최고의 정책」이다.

<김형회 바이텍씨스템 회장 hhkim@bite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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