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도체 통상마찰 철저한 대비를

이제 갓 출범한 부시 행정부가 한국 정부에 대해 통상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심상찮다.

미국 부시 행정부의 로버트 죌릭 무역대표부 대표 지명자가 지난 30일(현지 시각)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현대전자에 대한 한국 정부의 구제 조치는 심각한 문제』라고 한 발언은 미국이 향후 대한통상문제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할 자세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한국에 통상압력을 가한 것이 비단 이번만은 아니다. 그것은 한국이 전후 공산품을 생산, 미국 시장에 수출하면서부터 크건 작건 수시로 있어 왔다. 그렇지만 이번 죌릭 대표의 발언은 부시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대한통상관계에 임하는 미국의 입장이 처음으로 드러난 것이며, 특히 그것이 단순한 으름장 정도를 넘어 구체적이고 강도 높은 압력을 가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가 구체적으로 문제를 삼은 것은 한국 정부가 현대전자의 회사채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통해 매입한 것으로 그것은 세계무역기구(WTO)의 보조금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산업은행의 조치가 WTO의 보조금 규정을 위반한 것인지, 또 그것으로 인해 현대전자의 구조조정이 지연됐는지는 따져 봐야 할 문제다. 그렇지만 죌릭 대표의 발언은 겉으로 드러난 것 못지 않게 속내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행정부나 국회가 업계의 이익을 강하게 대변해온 점을 미뤄 보면 이번 발언도 그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죌릭 대표의 이번 발언은 결국 한국의 반도체업체를 압박함으로써 미국 반도체업계에 반사이익이 돌아가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 주목적일 것이다. 그는 한국 반도체업체의 이미지를 실추시킴으로써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 제품에 대한 구매 의욕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 미국 시장 진입을 저지하려는 의도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대국으로서 전세계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은 비중이 가장 큰 수출 지역이다. 특히 반도체 경기는 국내 경기를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따라서 이번 사태로 미국 반도체 수출에 차질이라도 생기면 국내 경기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등 그 문제가 적지 않을 것 같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에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고 추후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반의 조치를 취해야 하겠다. 어찌 보면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이 우리 정부에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 정부는 기업의 구조조정과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무원칙하게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야 잘못이 없고 또 기업에 특혜를 준 적도 없다고 말하겠지만 정작 미국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데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아울러 한국과 미국간 반도체 통상마찰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반도체업체가 편중된 수출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 우리는 생산된 메모리 반도체 제품을 거의 대부분 동남아와 미국에 수츨하기 때문에 미국이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것이다. 미국도 메모리를 생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편중된 수출구조를 갖는다는 것은 앞으로도 우리에게 그리 이로울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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