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벤처기업(587)

政經癒着<23>

권영호는 뉴욕에서 무역회사를 차렸다. 그가 있는 사무실은 맨해튼 중심가의 버드빌딩 1425호실이었다. 전화번호를 입수했기 때문에 나는 뉴욕에 들렀을 때 그에게 직접 전화를 했다. 내 전화를 받고 그는 놀라는 듯했다. 나는 화를 내지 않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역회사를 차렸다면서? 그만한 돈이 있었던가 보군?』

『사장님이 번 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죠.』

『지금 뉴욕에 와 있는데 한번 만날까?』

『우리 인연이 끝났는데 이제 새삼 만날 일이 있습니까?』

『인연이 끝났으면 왜 그런 편지를 보내나?』

권영호는 그 말에 대꾸를 하지 않았다. 못하는 것인지 안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니 계속 침묵했다.

『뉴욕에 지사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지사에 들렀다가 자네 생각이 나서 한번 얼굴을 보려고 하네.』

『만날 필요가 없을 듯하지만, 만나기를 원하면 오십시오. 전화번호를 아는 것을 보면 내 사무실도 알텐데 오십시오.』

『그러지. 조금 있으면 버드빌딩의 그 14층에 올라갈 걸세.』

그리고 나는 전화를 끊었다. 날씨는 쌀쌀했다. 눈발이 내리다가 그쳤으나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싸늘하게 하였다. 나는 차에서 내리면서 직원에게 기다리라고 하였다. 권영호와 내가 격돌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지, 직원은 걱정스럽게 물었다.

『혼자 가셔도 괜찮겠습니까, 사장님? 제가 따라갈까요?』

『자네가 온다고 뭐 달라질 것이 있나? 자네 권총을 휴대하고 있나?』

『없습니다.』

『그렇다면 따라온다고 도움이 되겠나?』

직원은 어깨를 으쓱하고 웃었다. 나는 외투깃을 올리고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방을 찾아 들어가자, 거울 앞에 젊은 미국 여자가 앉아 있었다. 권영호 사장을 만나러 왔다고 하자 여자는 인터폰을 통해 손님이 왔다고 전했다. 들여보내라고 했는지 젊은 여자는 나를 안내했다. 유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한국인과 미국인이 섞여 있는 직원 십여명이 보였다. 끝에 별도의 칸막이로 된 사장실이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자 커다란 의자 앞에 권영호가 앉아 있었다. 그의 뒤에 건장한 미국 청년 두 명이 서 있었다. 전화를 하고 올라왔기 때문에 내 전화를 받고 경호원을 두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직원 중에 건장한 미국 청년 두 명을 뒤에 세워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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