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피아>퍼미션 마케팅

금주부터 「북토피아」 코너를 신설합니다. 「북토피아」는 최근 출간된 서적 가운데 IT 분야의 전문가 집단이 꼭 읽어야 할 필독서를 엄선해 깊이 있는 서평으로 꾸밀 계획입니다. 여기에는 김문조 고려대 교수를 비롯 4명의 각계 전문가들이 필진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격려와 애독을 바랍니다.

<필진 소개>

△김문조 고려대 교수

서울대 이과대, 미국 조지아대 사회학 박사, 한국사회학회 노동분과 회장

△정정화 한양대 교수

한양대 공대, 일본 와세다대 공학 박사, 정보통신진흥원 운영위원

△임채운 서강대 교수

서강대 경상대, 미국 미네소타대 경영학 박사, 한국마케팅학회 상임이사

△조유식 알라딘 대표

서울대 정치학, 월간 「말」 기자(97년), 인터넷 서점 알라딘 창업(98년)

<퍼미션 마케팅> 세스 고딘 저, 21세기북스

지난 한 세기 동안 마케팅 담당자들은 거의 예외없이 하나의 광고기법에 의존해왔다. 세스 고딘은 이것을 「끼여들기 마케팅(Interruption Marketing)」이라고 부른다. 모든 광고는 보는 사람들에게 다른 것이 생각나도록 만들기 위해 그들이 현재 하고 있는 것을 방해하면서 끼여들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TV를 켜는 목적은 광고를 보기 위함이 아니며, 사람들이 길을 가는 목적은 네온사인을 보기 위함이 아니지만 눈에 띄는 게 광고고 발에 채는 게 광고라 할 정도로 우리는 광고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의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다. TV 리모컨의 등장도 광고의 위력을 약화시키는 데 한몫했다. 사람들의 주의를 끌고 기억에 남기 위해서는 더 자극적인 광고, 돈을 더 퍼부은 광고를 만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나만 튄다면 괜찮겠지만 모두 튀기 위해 노력하는 세상에서는 별 의미가 없어진다. 고로 광고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할수록 그 효과는 줄어들게 되며, 광고효과가 줄어들수록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는 악순환이 생겨난다.

그러나 퍼미션(permission) 즉 「소비자의 허락」이라는 요인이 첨가되면 모든 마케팅이 갖고 있는 문제는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우리가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식당에 갈 때, 광고전단보다도 훨씬 신뢰하는 것은 친구의 조언이다. 어느 영화가 재미있다, 어느 식당이 맛있다는 정보가 친구로부터 제공될 때 그 효과는 광고 전단지 100장보다 클 것이다. 만약 그 친구가 나와 취향이 같다면 그 효과는 다시 몇배가 될 것이다.

퍼미션 마케팅의 원리는 이와 같다. 이를테면 낯선 사람을 친구로, 친구를 평생고객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인터넷서점에서 고객의 취향별로 신간안내 메일을 보내거나 특정고객과 동일한 독서취향을 가진 독자그룹의 최근 독서리스트를 보내는 것이 그 예다. 물론 이것은 스팸메일이 아니다. 원하는 고객에게만 제공되는 서비스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원했던(anticipated), 자기만을 위해 다듬어진(personal), 관심있는(relevant)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좋고, 인터넷 서점 입장에서는 별 돈 들이지 않고서도 적중률 높은 마케팅을 할 수 있어서 좋다.

끼여들기 마케팅은 즉각적인 결과를 볼 수 있지만, 퍼미션 마케팅이 성공의 열매를 맺으려면 전략에 대한 신념과 확신이 필요하며 장기적이고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끼여들기 마케팅이 시장 점유율을 추구한다면 퍼미션 마케팅은 고객 점유율을 중시한다. 즉 일단 고객이 된 사람은 반드시 자사 브랜드의 제품을 더 많이 구입하게 하는 동시에, 자사 제품에 불만을 갖고 다른 브랜드를 찾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퍼미션 마케터는 가능하면 많은 미래고객을 찾아내는 데 역점을 두기보다는 가능하면 많은 기존 고객을 고정 고객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퍼미션을 최대한 활용한다.

인터넷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것 가운데 가장 위대한 다이렉트 마케팅 매체다. 인터넷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퍼미션 마케팅으로 전환할 경우 기업은 이윤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게 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생각할 때, 그 이유를 온라인 특유의 물류시스템에서 찾았다. 즉 무점포 영업이므로 각종 고정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인터넷의 특성이 제대로 발휘되었다고 할 수 없다. 인터넷의 핵심장점은 물류보다 마케팅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기업의 이윤구조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마케팅이다.

코스닥과 나스닥이 바닥을 헤매고 있다. 인터넷기업들이 2000년 초 수준 이상의 평가를 회복하려면 인터넷이 황금알을 낳을 수 있음을 입증해 보여야 한다. 그리고 이를 입증하는 유력한 방법이 퍼미션 마케팅 혹은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에 있다고 본다. 퍼미션 마케팅의 도입은 기업과 고객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기업과 고객이 속고 속이는 관계가 아니라 「윈윈(win win)」하는 신뢰관계로 변할 때 기업도 고객도 최대한의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조유식 알라딘 대표 ceo@alad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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