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벤처기업의 해외진출

공석환 CCC벤처컨설팅 사장 shkong@cccventure.co.kr

벤처기업의 해외진출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지난해 후반기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면서 소위 벤처기업의 「옥석가리기」 또는 「교통정리」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인터넷 닷컴기업의 열풍이 불 때는 비즈니스 모델을 기본으로 국내에서 사업을 계획했던 기업도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세계 아니면 최소한 아시아 전체의 시장을 겨냥하는 국제적으로 경쟁력있는 기술을 가진 기업이 아니면 투자를 받을 수 없다.

이러한 추이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실제로 이스라엘이나 인도의 다수 벤처기업들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작단계부터 미국시장에 진입했으며 투자도 미국 특히 실리콘밸리에서 받고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하는 형태를 취했다. 따라서 이스라엘이나 인도계의 기업들은 미국에서 시작한 기업과 다름없이 기술이나 사업계획서의 평가에 따라 미국내에서 투자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중국의 관문이라고 자칭하는 「차이나닷컴」도 회사본사를 실리콘밸리에 두고 1998년에 나스닥에 상장한 바 있다. 위와 같은 현상을 두고 볼 때, 우리나라에서 작년초 코스닥이 활황이었던 사실은 오히려 벤처기업들에는 불행이었다고 본다. 즉 많은 벤처기업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으면서도 코스닥 활황에 따라 상장을 하거나 또는 프리-IPO로 간주되어 회사가치를 과대 평가받으면서 국내시장에 안주하게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뒤늦게나마 벤처기업들이 해외진출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을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물론 벤처기업의 해외진출이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니다. 벤처기업 대다수가 해외진출에 필요한 인력·자금·경험이 부족하고 인도나 이스라엘 기업처럼 대외적 신용도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또 많은 기업들이 막연히 해외에 진출하거나 극단적인 경우 국내 투자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형식적으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방문했던 미국 새너제이에 있는 정통부 산하 기관 I-Park 소장으로부터 일부 입주업체는 자리만 잡아 놓고 한달에 한번 정도 얼굴만 비치는데, 혹시 I-Park에 입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외에 선전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그리고 좋은 의도로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벤처기업도 현지사정에 어두워 대개는 원하는 성과를 못 얻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그리고 부연하자면 벤처기업의 사업단계나 기술적 특성에 따라 확실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해외진출은 메디슨 같이 유럽에 진출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미국, 일본, 중국 또는 기타 아시아권으로 진출하는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국내 벤처기업들이 이들 지역으로 확실하게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은 현지에서 협력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파트너 특히 신용 있는 현지 투자자를 구하는 것이다. 최근에 벤처기업들이 국내에서 충분한 투자를 받기 어려워짐에 따라 다수의 벤처기업들이 해외 자본의 투자유치를 원하고 있다.

그런데, 자본의 투자유치를 얻는 방법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재력 있는 파트너를 구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최근의 흐름을 보면 그러한 의견이 매우 일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미국, 일본, 중국계로서 한국기업에 투자용의가 있는 회사들은 단순한 투자 목적외에 현지에서의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현상은 코스닥시장이 저조한 것과도 깊이 관련이 있다. 코스닥시장도 보고 투자하였던 홍콩계 펀드들이 최근 들어 한국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완전히 중단한 것은 아니더라도 상당히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미국의 유수기업인 인텔이나, 시스코, 루슨트테크놀로지스, 퀄컴 등과 유럽계인 노키아, 에릭슨 그리고 중국계 벤처캐피털들을 접촉해 본 결과 그들은 유무선 통신 및 반도체 분야에서 우수한 기술을 가진 우리나라 벤처기업들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이나 또는 중국계 벤처캐피털들은 단순히 한국기업에 돈만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 홍보 등 우리나라 벤처기업이 부족한 부분도 도와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계 벤처캐피털의 경우 투자유치는 물론이고 중국 진출을 도와줄 수 있는 훌륭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벤처기업이 그 기술력과 치밀한 사업계획안을 제시할 때, 좋은 투자자와 사업파트너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다만 꼭 부연하여야 할 사항은 우리나라에서는 창업자가 대주주인 동시에 대표이사를 맡고 자신이 직접 경영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해외로 진출할 경우에는 현지에서 경영능력이 인정된 기업인을 경영자로 선임해야 한다는 것이 사업의 성공전에 투자유치나 합작사업의 형성에도 필수적인 전제가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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