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간의 아마조네스를 꿈꾼다.」
인터넷에 아마조네스 왕국을 건설하려는 두 명의 여전사가 자리를 같이했다. 해피올닷컴 육상희 사장(42)과 중앙ICS 정현경 사장(28). 톡톡 튀는 재기와 생기발랄함으로 무장한 신세대 사장과 관록과 노련미가 엿보이는 쉰세대 사장은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시종 화제가 끊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비록 서로 다른 세대를 살았지만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둘 다 기자 출신이다. 육 사장은 중앙일보와 중앙경제신문을, 정 사장은 웹딩 전문 잡지인 쉬즈브라이드 기자로 활동했다. 또 외국 물(?)을 먹은 유학파다. 정 사장은 미국 남가주 대에서 수학했으며 육 사장은 프랑스 고등대학원과 미국 인디애나 주립 대학을 다녔다. 지금은 둘 다 여성 포털 서비스인 「해피올닷컴」과 「젝시인러브」를 운영하며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해피올닷컴과 젝시인러브는 모두 여성 포털 분야 상위 10위 내에서 벗어나지 않는 국내 간판 인터넷 사이트다.
두 사람이 기자 출신답게 신상에 관한 질문과 대답으로 탐색전을 시작했다.
『인터넷은 학교 다닐 때부터 익숙했지만 비즈니스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광고 대행사에 있으면서 입니다. 인터넷이 기업의 업무 흐름은 물론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특히 실시간으로 수요자의 반응을 알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정현경 사장은 광고 대행사 시절 「인터넷 파워」를 실감하면서 벤처에 입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육상희 사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시너지에 착안, 인터넷 기업을 설립했다고 강조했다.
『웅진출판사 시절 출판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온라인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출판 분야의 콘텐츠를 온라인에서 십분 활용하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같은 시장 분석이 적중해 해피올닷컴은 정식 오픈한 지 2개월 만에 여성 포털의 선두주자로 등극했습니다.』
신상 탐색전을 마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비즈니스로 화제를 옮겼다.
『해피올닷컴의 가장 큰 특징은 웹딩·임신·육아·패션 등 채널 별로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250만명에 달하는 여성 네티즌을 대상으로 개인 맞춤형 위주의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쇼핑몰이나 웹딩 컨설팅 서비스를 통해 이미 매출을 올리고 있을 정도로 수익모델로도 손색이 없다는 판단입니다.』
『젝시인러브의 주 공략층은 20대와 30대 여성입니다. 「여자의 설레임」이라는 테마로 데이트, 뷰티와 패션, 다이어트 등 각종 생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랑하고 싶은 혹은 사랑에 빠진 여성의 절대적인 지지로 사이트 상위 순위를 놓친 적이 없습니다. 콘텐츠 유료화, 인터넷 광고 스폰서 프로그램을 통해 단계적으로 수익모델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인터넷이 가져 온 놀라운 변화의 하나는 아마도 여성의 사회 진출 열기다. 인터넷 기업에서 일하는 여성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으며 단순 업무 위주의 사무원이나 비서 등 보조적인 위치에서 마케팅 전문가, 웹 마스터 등 주요 요직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두 사람이 바라보는 인터넷 여성관, 여성 포털 시장의 낙관적인 전망도 엇비슷하다.
『여성이 갖는 꼼꼼함과 섬세함이 인터넷의 속성과 제대로 맞아 떨어집니다. 여성 네티즌의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여성 포털 서비스는 조만간 종합 포털을 능가할 정도로 위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그동안 여성 포털 서비스가 제대로 호응을 얻지 못했던 것은 빈약한 콘텐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후발업체는 이같은 선발업체의 시행착오를 점차 극복해 나갈 것입니다. 여성을 비즈니스의 수단이 아닌 진정한 고객으로 모시는 사이트가 마지막 승자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육성희 사장은 『여성은 개인적인 능력이 출중하지만 팀플레이 면에서 익숙지 않아 손해 보는 사례가 많다』며 이를 보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또 자신만의 커리어 맵과 글로벌 비전을 갖는 것이 여성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선배 여성CEO로서의 충고도 잊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현경 사장은 여성도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며 미래 인터넷의 주역임을 잊지 말 것을 당부했다.
두 시간 넘게 시간 가는 줄 모르며 토론을 벌였던 육성희 사장과 정현경 사장은 선의의 경쟁을 당부하며 「여성 포털 파이팅」이라는 말로 작별 인사를 대신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약력 육성희 사장
△59년 경남 마산 출생
△81년 숙명여대 국문과 학사
△81∼90년 중앙일보, 중앙경제신문 기자
△93년 파리 사회과학대학원 석사
△99년 웅진닷컴 잡지 총괄본부장
△2000년 해피올닷컴 사장 취임
정현경 사장
△73년 서울 출생
△96년 미국 남가주대 경영학·마케팅 학사
△96∼97년 쉬즈브라이드 기자
△98년 쉬즈브라이드 마케팅 팀장
△99년 중앙ICS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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