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산업 현주소>9회-DBMS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시장은 외산 장벽이 높은 분야 가운데 하나다.

오라클이 전세계 DBMS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가 하면 사이베이스·인포믹스·IBM·MS 등 기라성 같은 업체들이 여기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이 국내라고 예외는 아니다. 한국컴퓨터통신의 「유니SQL」이 그나마 국산 DBMS로 자존심을 지키고 있으나 시장점유율은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미미하다.

정부 주도아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역점을 두어 개발한 「바다」 DBMS도 빛을 보지 못하고 수그러들었다. 물론 지금도 일부 기술연구나 테스트용으로 바다를 사용하고 있지만 상용화에는 실패한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렇다면 DBMS시장에서 국산 제품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시스템 소프트웨어(SW)와 관련한 핵심기술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트랜잭션 처리능력과 시스템의 안정성이 생명인 DBMS는 기반기술의 「결정체」라 할 정도로 모든 기술이 총망라돼 있다. DBMS시장의 맹주격인 오라클이 20여년이 넘게 상용 DBMS개발에 전력해온 반면, 우리는 10년 역사를 채 넘지 못한다. 역사가 일천한 만큼 기반기술 확보에 뒤지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시장 대응력에서도 늦다. DBMS와 같은 시스템 SW는 국제 표준을 얼마나 빨리 수용하고 주도하느냐가 관건이다. JDBC, ODBC와 같은 표준이 일례다.

국산 DBMS를 이끌고 있는 한국컴퓨터통신이 지난해 12월 세계 표준을 지원하게 됐으니 국내 기술력의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미루어 짐작이 간다.

또한 국산 DBMS의 경우 독자적인 개발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어렵고 타사의 솔루션과 호환되지 않아 시장진출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DBMS가 단순 엔진공급보다는 미들웨어나 솔루션과 연계,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대해 가는 추세인 것을 감안할 때 이것은 국산 DBMS로는 커다란 약점인 셈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국산 DBMS가 대외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외산과 정면대응하기보다 틈새시장을 겨냥할 것을 권하고 있다. 앞으로 DBMS시장의 이슈는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해 다양한 정보기기를 지원하는 것. 휴대폰이나 모바일 기기 등 정보가전을 겨냥한 DBMS를 개발하거나 실시간 메모리 DB, 확장성표기언어(XML) 기반의 DBMS를 개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오라클이나 사이베이스, 인포믹스 등 DBMS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외국업체들은 기존의 상용 RDBMS시장에서 텃밭 지키기에 주력하고 있고 정보가전과 같은 틈새시장에는 관심이 적은 편. 따라서 그간 보유한 기술력을 토대로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DBMS를 개발한다면 대내외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알티베이스나 리얼타임텍, 윈베이스소프트웨어 등이 실시간 메모리 DB나 정보가전 DBMS에 초점을 맞춰 제품 개발에 전력하고 있어 상당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오는 2월부터 정보통신부 과제로 추진되는 「클러스터링 기술에 기반한 DBMS」 개발사업은 또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귀추를 주목해볼 만하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