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경(安英景) 핸디소프트
지난해 우리나라 벤처기업은 「디지털 신경제의 리더」 「벤처가 희망이다」라는 찬사와 함께 「수익성 없는 거품산업」 「전통산업과 적대 관계의 산업」 등의 오해를 한몸에 받아 왔다.
특히 벤처산업의 수익성 거품 논란과 전통산업과 벤처산업이 서로 평행선을 긋는 관계로 인식되었던 데에는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디지털화와 벤처 육성정책 사이의 연계성 부재에서 기인된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1969? 세계 최초로 인터넷을 고안하여 연구·개발 활동에 사용하기 시작한 미국은 1982년, CALS 전략을 발표하면서 정부·공공기관·전통산업 분야의 G2B, B2B 사업을 먼저 추진하는 과정에서 1982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평균 15억달러 이상을 전통산업과 정부·공공기관의 디지털화 구축에 투입해 왔으며 이러한 투자가 벤처기업들에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시장을 창출함으로써 벤처산업 육성의 기반이 되었다.
일본도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1995년부터 3년간에 걸쳐 자동차·전자·철강 등 10개 주요 산업별로 CALS 시스템 구축 지원에 218억엔을 책정, 투입했으며 2단계로 지난 98년부터 3년간에 걸쳐 925억엔을 추가적으로 투입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산업별 CALS 시스템 구축비용 중 절반을 무상으로 지원했으며 신 경제체제에 대비하여 B2B를 신사회 간접자본으로 보고 정부차원에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전통산업과 정부·공공기관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가 벤처산업의 육성과 수익성 향상을 추진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 미국과 일본의 정책을 타산지석으로 우리 정부도 전통산업의 정보화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야 할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전통 기업들에 정보기술을 공급할 벤처기업들이 대거 육성, 발전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은 벤처산업을 전통산업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디지털 신경제 「인에이블러(enabler)」의 역할을 맡게 해 줌으로써 전통기업들과 벤처기업들은 대립이 아니라 화합의 주체로 서로를 인식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벤처산업은 안정적인 시장과 수익성 확보를 도모함으로써 지속적인 신기술 및 상품개발, 신규 고용인력 창출 등을 실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 정부가 추구해야 할 벤처정책은 바로 벤처산업이 구경제를 몰락시키려는 산업 양극화 내지 산업대체정책이 아니라, 디지털 경제 시대에 전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지원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이러한 정책은 바로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즉, 전통산업과 정부·공공기관의 디지털화를 실현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집행함으로써 산업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전통산업의 디지털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는 전통기업들의 생산성을 향상시켜 부실을 제거하고 대외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벤처기업들의 성장을 뒷받침할 수요를 창출하게 되는 것이다.
전통산업의 디지털화를 위한 투자를 도외시하면서 신산업 창출 내지는 벤처산업 보육에만 급급할 경우 전통산업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될 뿐더러 벤처기업들의 생존을 위한 시장수요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벤처창업이 남발되어 결국 벤처산업 역시 몰락하는 공멸현상이 초래될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미국 경제가 성장과 호황을 구가할 수 있었던 것도, 일본 경제가 오랜 경기침체 속에서도 여전히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전통산업과 정부·공공기관의 디지털화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벤처산업의 동시 육성이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제2의 IMF 위기라고 하는 우리 경제의 절대적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열쇠를 찾아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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