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만, 中반도체 시장에 투자 가속

반도체 수요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일본 반도체업체들의 투자가 확대되고 있으며 대만 기업들도 자금 및 기술 협력의 형태로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어 세계 반도체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경제신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NEC가 상하이 합작회사에 3500억원을 투자해 생산 능력을 현재의 1.5배로 증강할 계획이며, 히타치제작소와 후지쯔도 반도체 설계거점 및 생산체제 확충에 나서는 등 일본 반도체업체들의 대 중국 투자가 잇따라 이뤄지고 있다.

투자 확대 움직임은 대만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만 기업인들과 벤처자본가들이 최근 중국에 수십억달러 규모의 첨단 반도체공장을 건설하는 데 기술과 자금을 대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일본·대만의 대 중국 투자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은 최근 중국에서 휴대폰 단말기 등 정보통신기기의 생산이 늘어나 이의 핵심부품인 반도체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중국 정부가 반도체산업 육성을 중요한 국가 전략으로 보고 외국 자본에 의한 공장 유치 및 확장을 지원하고 있는 것도 투자 의욕을 높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시작되는 제10차 5개년 계획에서 정보기술(IT) 등 하이테크산업의 진흥을 중점 정책으로 내놓고 있다. 이 중 특히 반도체산업 육성은 핵심 축을 이루고 있다.

NEC는 중국 상하이시와의 반도체 합작회사인 상하이NEC전자의 생산 능력을 증강한다고 지난 11일 발표했다. 생산 설비를 추가 도입해 올해 말까지 생산 능력을 현재 월 2만장(8인치 웨이퍼 환산)에서 3만장으로 끌어올린다. 특히 휴대폰 단말기 및 가전기기용 시스템 고밀도집적회로(LSI)를 증산해 현지의 휴대폰 단말기와 가전업체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히타치는 다음달 중국 쑤저우(蘇州)에 반도체 설계센터를 개설한다. 이 센터에 약 30명의 기술자를 배치해 현지 가전업체용 마이크로컨트롤러를 설계한다는 방침이다. 올 여름까지 쑤저우의 반도체 합작공장에서 기존 반도체 메모리와 함께 휴대폰 단말기용 무선신호처리 반도체도 조립한다.

후지쯔는 연내 상하이·선천·홍콩 등 세 곳에 있는 반도체 설계거점의 기술자 수를 30% 이상 증원할 계획이다. 또 반도체 조립 합작사인 남통후지쯔징전자(南通富士通徵電子)의 생산량을 올 여름까지 50% 증강한 월 1500만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회사에서는 주로 아날로그 반도체의 증산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대만의 경우에는 정부가 기업인들의 중국 투자를 강력히 규제하고 있음에도 투자 의지가 꺾이지 않고 있다. 대만 기업인들의 중국 투자 확대는 저비용의 수출품 생산거점을 찾고 있는 이들과 첨단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타이베이의 살로먼스미스바니 증권의 반도체 전문 애널리스트 앤드류 루는 『대만에 특정산업이 성숙기에 도달할 때마다 해당 산업은 돌파구로서 중국을 찾게 돼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약 9조원으로 전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 이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모토로라, 핀란드 노키아 등 휴대폰 단말기업체들의 잇단 투자와 PC·가전업체들도 중국 생산을 확대하고 있어 오는 2002년에는 반도체 수요도 14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은 이미 컬러TV와 데스크톱PC 및 휴대폰 단말기 분야에서 각각 세계 생산량의 약 25%, 10%를 생산하고 있는 등 가전·정보기기의 거점으로 부상한 상태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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