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서버산업의 역사만큼 우여곡절이 많은 분야도 없다. 그만큼 대형 외산업체의 틈바구니 속에서 국내 기업들이 생존하기가 어려운 분야다. 그러나 올해를 기점으로 서버산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을 전망이다.
외산업체와의 전면적인 승부보다는 특화된 시장을 먼저 공략한 후 점차 범용시장으로 진입하려는 국내 업체들이 하나둘씩 증가하면서 새로운 기업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산 서버산업은 주전산기·대형 컴퓨터·중형 서버 개발사업 등 주로 국가개발 프로젝트 위주로 진행돼 왔으나 시장진입에 실패한 것으로 결론났으며 선 호환기 사업에 주력해오던 삼보마이크로시스템 등 민간업체들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전후해 시장에서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98년 이후 하나둘 서버사업에 뛰어드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최근 들어 참여 업체수가 크게 증가했다. 삼성전자·유니와이드테크놀로지·넷컴스토리지·큐컴 등 7, 8개 업체에 불과하던 것이 2, 3년 사이에 15개사를 웃돌 정도로 증가했다. 이는 그동안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수요는 물론 웹 전용시스템과 맞춤식시스템의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산 서버업체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데 명쾌하게 동의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나마 틈새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리고 있으나 범용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 대형 외국계 업체들의 가격 공세에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일부 외국계 업체의 경우 90%에 가까운 할인율을 적용하는 사례도 많다. 국내 업체들의 판매 프로그램 경직성도 한몫을 하고 있다. 외국계 업체들은 리스 프로그램 등 다양한 유인책을 구사하지만 당장 현금회전이 필요한 국산업체로서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국내 서버 업체들이 대부분 조립 서버를 내놓고 있다는 점도 국내 업체들의 한계로 인식되고 있다. 인텔·선·AMD는 물론 타이안·슈퍼마이크로·에이서스 등 주기판 전문업체들의 부품에 의존하다 보니 이들의 가격정책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PC처럼 주기판과 메모리·파워서플라이·HDD·CD롬·케이스 등 부품을 구입, 자유자재로 고객의 구미에 맞는 서버를 공급할 수는 있으나 반대로 외산 의존도가 심화되는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장점유율 또한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대량 공급보다는 소량의 맞춤식 서버 공급방식을 택하다 보니 정확한 대수 집계조차도 불가능하다. 이 마저도 삼성전자의 실적을 빼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보컴퓨터·유니와이드·넷컴스토리지·자이온리눅스·딥브레인즈·이지아이테크놀로지·현대멀티캡·큐컴·리눅스원·제이씨현시스템·뉴텍2000·현주컴퓨터·이파워게이트 등이 서버 시장에 명함을 내민 상태다.
따라서 업계 관계자들은 일단 맞춤식 서버로 시작하지만 점차 공동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볼 것을 권하고 있다. 스토리지업체는 스토리지 공급과 연계된 시장을 공략하고 클러스터컴퓨터 업체는 슈퍼컴퓨팅을 필요로 하는 분야, 웹 캐시서버 업체는 전자상거래 분야 등 분야별 시장을 우선적으로 공략하고 또 각 기업의 업무에 특화된 서버를 개발, 공급하는 전략을 구사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맞춤서버의 틈새시장 공략법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따라서 범용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점차 공동 부품구매나 특화된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활용방안을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버 공급과 관련된 애플리케이션의 개발만이 치열한 「박스」 공급전에서 유리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산자부 과제로 추진되고 있는 「초고속 스케일러블 웹서버」 개발사업의 경우 이같은 서버시장의 특성을 감안해 각종 애플리케이션의 개발을 병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음미해볼 만하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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