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터넷PC 어디로 가나

『인터넷PC사업을 계속할지 그만둘지를 검토하기 위해 사내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지난해말 만난 인터넷PC업체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의 인터넷PC 향방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하면서 조심스럽게 「탈퇴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는 최종 회의결과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관련업체들의 입장과 인터넷PC협회·정보통신부를 의식한 듯했다.

이같은 상황은 비단 이 업체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지난 99년 10월부터 시작된 인터넷PC 보급사업은 대기업들의 저가공세와 시장침체가 맞물리면서 시행된 지 불과 15개월만에 사면초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사업초기에 12개였던 인터넷PC공급업체는 현주컴퓨터의 중도하차와 세진컴퓨터랜드의 파산으로 10개로 줄어들었고 이들 업체도 현상유지 수준에 머무를 뿐, 더이상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 업체뿐만 아니라 다른 2∼3개 업체도 인터넷PC사업을 그만두려 한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어 향후 사업의 향방을 가늠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아무도 이에 대한 대처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보통신부와 인터넷PC협회는 지난해말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킨다는 취지로 인터넷PC의 모델을 모두 7종류로 다양화한다는 처방을 내놨지만 이미 등을 돌린 소비자들의 관심을 다시 집중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소비자의 관심보다 심각한 것은 해당업체들의 어정쩡한 태도다. 그저 「어떻게 되겠지」하는 태도로 일관하며 인터넷PC보다는 자체브랜드제품을 판매하기에 급급하고 있다. 현주컴퓨터가 99년 인터넷PC 공급업체에서 퇴출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세진컴퓨터랜드가 파산으로 인터넷PC를 공급할 수 없게 되면서 현대멀티캡을 비롯한 몇몇 업체 외에는 인터넷PC와 관련한 어떤 마케팅도 펼치지 않고 있다.

정통부는 사업초기에 「양질의 PC를 저가에 공급해 PC가격을 끌어내리고 PC보급률을 높여 정보통신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것」이라고 사업취지를 밝힌 바 있다. 이제는 그 목적이 달성됐는지 냉정하게 뒤돌아보고 앞으로의 진로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목적이 이뤄졌다면 인터넷PC 보급사업을 중단해도 될 것이며 아직 남은 부분이 있다면 적극 지원하거나 완전히 민간에 권한을 이양하는 등 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생활전자부·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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