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의 방송칼럼>

2000년도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 사회는 어지럽고 경제는 힘들었다. 실업은 늘었고 기업은 어려웠다. 코스닥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개미들이 날린 돈은 100조원을 넘어섰다. 그래서 그런지 인터넷 게시판을 항해하다 보면 부패, 혼란, 무책임, 한탕주의, 경직된 기업문화 등등 우리의 부정적인 면을 비판하는 글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단순한 사회비판을 넘어서 스스로를 자학하는 극단적인 자포자기 글도 많다. 우리 사회를 극단적으로 비난하고 반드시 이민을 가고야 말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올해 방송계도 유난히 시끄럽고 불미스러운 일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선정성과 폭력성이 방송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사회적인 지탄을 받았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시청률을 의식해 출연진 벗기기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젖가슴이 노출된 장면을 그대로 내보내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러한 선정성 경쟁을 보다 못한 시민단체와 방송위원회, 문화관광부 등 사회 곳곳에서 이를 바로잡겠다고 나섰지만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또 새로운 방송환경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디지털 지상파 TV의 규격을 놓고 정부와 학계의 의견이 달라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등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다.

그러나 잘못된 것을 알면 바로잡겠다는 의식도 있을 것이고 장애를 느낀다면 극복하겠다는 의지도 동시에 생기는 것이다. 또 우리가 부러워하는 소위 선진국들도 예전에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고 부패하고 혼란스러웠을 것이라고 위로해 본다.

껍질이 깨지는 아픔을 견디지 않고는 아무도 꽃을 피울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주어진 난관을 피해 어디론가 도피한다고 해도 한때는 편할지 모르지만 진정한 자기 인생의 승리자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2000년은 다시 돌이키고 싶지 않은 일도 많았지만 새로운 발전과 희망을 던져준

한 해이기도 했다. 12월 말에 다매체·다채널 시대를 열어갈 위성방송사업자가 선정됐는가 하면 중계유선방송사업자의 케이블TV방송국(SO) 전환기준이 마련됐으며 청소년 보호를 위한 방송프로그램 등급제 시행 일정이 확정됐다.

디지털방송과 위성방송이 내년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면 방송계는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된다. 각종 프로그램과 장비개발, 콘텐츠 산업 활성화 등 관련산업 활성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000년을 마감하면서 다시 한번 파이팅을 외쳐 본다. 2001년 우리는 힘들어도 해낼 것이다.

<티비넷커뮤니케이션즈 대표 ceo@tv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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