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동기 인센티브 검토

정부가 내년초 선정될 IMT2000 동기식 사업자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계획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현 시장여건상 LG 및 하나로가 동기를 신청하고 추후 기술발전추세 등을 감안, 비동기 전환 가능성을 열어주는 대안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이같은 방안은 이동전화시장 1, 2위 사업자가 비동기에 선정됨에 따라 「복수표준에 의한 균형있는 산업 발전」이라는 정부의 정책목표가 어긋난 만큼 현실을 감안한 궤도수정요구에서 비롯됐다. 특히 「동기 신청후 비동기 허용」은 SK텔레콤이 비동기를 고집할 당시 정부와 SKT가 「동기 수용」을 전제로 물밑에서 협의한 내용이어서 불씨가 되살아날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현실에 직면한 정부 ＝「이번 사업자 선정 결과는 정부에는 「최악의 케이스」로 다가왔다.(정통부 모국장)」 「사업자들이 비동기를 합창하고 끝내 이를 관철하겠다고 나서자 정책 변경이라는 무리수를 두어가면서까지 동기사업자를 선정토록 했다. 정부가 지목한 동기대상자는 SK텔레콤이었다.(안병엽 정통부 장관)」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전문가들이 「독자 생존 가능성」이 없다고 분석하는 동기식 사업자를 재선정한다 하더라도 과연 정부가 그토록 바라는 동기산업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 불투명하다. 최소한의 내수시장을 형성해줘야만 정부정책이 힘을 얻을텐데 지금으로서는 그마저 불안한 상황이다.

게다가 연구개발 및 마케팅자원이 한정된 국내업계 현실상 동기와 비동기로 핵심역량을 분리한 채 세계시장 도전에 나서는 것은 무모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이 경쟁촉진은 커녕 독과점으로 회기한다는 비판도 부담이다.

이때문에 동기 기반은 조만간 상용화되는 cdma2000 1x를 비롯, 3x에 이르는 기존 주파수 대역(셀룰러 및 PCS)으로 충당하고 IMT2000 주파수 대역에서는 차라리 3비로 가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책 변화 가능성은 ＝당장은 불가능하다. 정부가 이미 주파수 할당 공고에 동기 대역을 못박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 스프린트에 200만회선을 비롯, 내년 2월께 입찰이 유력시되는 중국 CDMA시장을 위해 동기는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산업정책적 판단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이는 「자해행위」나 다름없다는 정책진의 시각도 가세한다.

그러나 실마리가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안병엽 장관은 지난 19일 언론사 부장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셀룰러·PCS·IMT2000 등에 관한 주파수 활용방안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의 언급은 해석하기 따라서는 기존 800메가 및 2기가대의 2세대 이동전화에서 동기를, 3세대에서는 비동기를 추진, 사실상 동기와 비동기의 병행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논리로 볼 수 있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정부가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중국시장의 경우 일단 IMT2000이 아닌 cdma2000 1x부터 도입할 공산이 커 일단 국내시장 서비스 경험을 고스란히 수출할 수 있다. 또 어차피 중국은 IMT2000을 기존의 동기·비동기가 아닌 중국 자체 표준에 의한 기술을 채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최소한 국내시장에 동기사업자는 1개쯤 필요하다는 입장이 상당 부분 퇴색할 수밖에 없다. 세계 랭킹 1, 2위 CDMA사업자(SK텔레콤·한국통신)가 비동기로 간 것은 중국도 이미 알고 있다.

◇LG와 하나로의 향배 ＝이미 「동기 참여는 검토한 바 없다」며 배수진을 친 LG는 완강하다. 지금은 이번 선정결과의 불공성을 다질 때지 동기 운운할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LG는 그룹차원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통신서비스부문에 대한 처리문제다.

LG가 21세기에도 살아남는 재벌이 되기 위해서는 통신사업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무언가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증권가에서는 LG와 하나로가 그랜드컨소시엄을 형성, 정부와 비동기 전환 협의를 벌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LG건 하나로건 여기에 정부까지 추후 정책변화가 있다면 최대변수는 여론의 향배가 될 것이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