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동락 인터넷 백일장>장원-이종택

이름 : 이종택

주소 :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인후2동 1576-26 (561-832)

<70세 고령이라고 인터넷 못하나?>

나는 정년 퇴임한 뒤로는 남은 여생을 평안하게 살고 싶어서 골치아픈 일은 피하고 오직 Silver세대를 위한 좋은 강좌나 교육이 있으면 그런 곳을 찾아다니며 듣고, 국내외 여행이나 다니며 노년을 즐겁게 보내려는 생각만을 하고 살아왔다. 그런데 지난 9월 초 노인대학에서 한국정보문화운동협의회 후원으로 Silver세대를 위한 컴퓨터 무료교육을 전북대학교에서 실시한다는 공고문을 보았다. 「이제 다 늙어 배워서 써먹을 데도 없는데 무엇하러 생고생!」이라고 생각되어 그때 바로 체념해 버리고 말았다. 그 뒤 자식들에게 넌지시 운을 띄워 보았더니 모두다 최첨단사회로 변화해가는 이 시대를 생활하려면 꼭 배워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권유하기에 마음을 고쳐먹고 수강신청을 했다.

개강 첫날 아침 일찍 일어나 마음을 가다듬고 등교 길에 오른 학생들 틈에 끼여 버스를 타고 앉아있으니 마음이 들떠 나도 어느 새 학생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오래간만에 느끼는 배운다는 기쁨과 기대감 때문이었을까. 차에서 내려 발걸음도 가볍게 교육장인 전북대학교 전자계산소에 갔을 때는 방금 느꼈던 상쾌함과는 달리 걱정이 앞섰다. 70세 고령의 나이에 컴퓨터를 배운다는 것도 그렇지만 자신감도 없었다. 교실에 들어서자 책상 위에 규칙적으로 진열되어 있는 컴퓨터들이 나를 차가운 눈으로 쳐다보는 것 같았다. 맨 뒷자리에서 웅크리고 앉아있는데 교육을 받으러온 Silver세대 학생들이 하나 둘씩 들어오고 있었다. 모두들 약간은 긴장된 모습이었지만 눈빛만은 생기 있고, 의욕에 차있어 보였다.

담당교수님은 우리에게 컴퓨터는 먼저 그 원리를 알고 배우면 어렵지 않다고 하시면서 『전유성은 일주일에 배웠다!』고 안심시켜 주었다. 나는 컴퓨터를 처음으로 만져보는 것이라서 혹시 잘못해서 고장이라도 날까봐 퍽 조심스럽게 다루었다. 첫 시간에는 컴퓨터의 개념을 배우고 뒤이어서 켜는 법, 끄는 법, 마우스 조작법 등을 배웠다. 우리는 배운 그대로 몇 번씩이나 반복해서 조심조심 따라해 보았다. 며칠이 지나 교육의 진도에 따라 윈도탐색기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었고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문서작성, 복사, 이동, 삭제, 복원 등 조그마한 마우스 하나로 클릭만 하면 척척 해내는 컴퓨터의 기능에 대해서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수업시간에 가장 어려웠던 점은 역시 노년의 이해능력 부족이었다. 교수님의 지시에 따라 책에 쓰여있는 순서대로 마우스를 클릭해 보지만 손놀림이 둔하고 익숙하지 않아서 이따금씩 다른 곳을 클릭하게 되고, 갑자기 엉뚱한 화면이 떠서 대처할 수 없는 지경에 빠져버렸다. 그 동안에 수업내용은 들을 수 없게 되었고 진도는 나가버렸다. 쉬는 시간에도 꼼짝않고 다시 시도해보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 때가 오히려 더 많았다. 다행히도 집에는 예전에 사놓은 컴퓨터가 있어서 복습을 할 수 있었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어느 때는 밤늦도록 복습하고, 잘 모르고 안 되는 것은 메모해 두었다가 다음시간에 질문하여 기필코 내 것으로 만들기를 반복하였다.

수업이 중반에 다다르자 드디어 인터넷강좌가 시작됐다. 인터넷은 뉴스나 신문에서도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인터넷은 전 세계의 컴퓨터가 마치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네트워크라고 한다. 이것을 통해 텔레비전과 신문도 볼 수 있고 편지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는데, 현대사회와 고생하며 살아온 내 시대를 비교해보니 격세지감이란 말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터넷에서 원하는 화면으로 이동하려면 주소를 입력해야 하는데 모든 것이 영어로 되어있어서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러나 더듬더듬 주소를 입력하여 원하는 사이트가 화면에 나타났을 때는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신비함을 주었다. 깔끔한 디자인과 움직이는 그림 그리고 떠다니며 이동하는 글씨들은 마치 마술을 보는 것 같았다.

나는 컴퓨터를 배운 뒤로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자식들과 손자들에게 가끔씩 전자메일을 띄워 서로간의 소식을 주고받는 것을 큰 낙으로 삼고 있다. 자식에게는 70세 고령의 아버지로서 손자에겐 할아버지인 내가 컴퓨터를 배워 전자메일을 보낼 줄이야 어찌 누가 짐작이나 했을 일이었겠는가. 이렇게 돈도 안들이고 편지를 자식들에게 보내게 되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이제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 맑은 정신으로 자식들의 얼굴을 연상하며 편지쓰는 것이 하루일과가 되어 버렸다.

자식들은 막내를 빼곤 전부 결혼해 살고 있어서 가족의 행복을 위한 글이라든지, 그 동안 말로 해주지 못했던 나의 충고들을 전자메일로 써서 보낸다.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아직 처음 시작한 단계라 글자를 치는 것이 상당히 느린 나로서는 어려움이 많다. 이런 마음이 자식들에게도 통했는지 내가 편지를 부친 뒤에는 바로바로 답장이 도착했다. 딸들은 편지를 받고 아버지가 젊어지신 것 같아 정말 기쁘다면서 자주 편지 보내달라고 애교를 부렸고, 얼마 전 딸은 애 키우느라 짬내기가 어려웠을텐데도 장문의 편지를 보내왔는데 내가 전자메일을 쓴 것에 크게 놀라워하며 아기자기한 글 솜씨에 감동했다며 딸이 크면 꼭 읽어보게 한다고 했다.

인터넷의 놀라움을 느낄 수 있었던 또 다른 일은 편리한 정보검색이다. 나는 우리가문의 전라북도 종친회장직을 맞고 있는데, 종친들끼리 화합차원에서 국내 관광 여행을 다녀오기로 결의가 되어 행선지 등을 결정함에 있어 의견이 서로 분분하였다. 때마침 나는 인터넷 검색 사이트를 활용하여 설악산, 송광사, 단양팔경 등을 검색하여 그 곳의 관광정보, 등산안내, 숙박업소, 음식점, 온천, 관광유람선, 찾아오는 길 등을 자세하게 읽어 볼 수 있었다. 이것을 가지고 종친들과 상의해 우리 일행은 단양팔경과 설악산 일대를 순조롭게 관광하고 돌아올 수 있었다.

비록 컴퓨터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것으로 인해 내 인생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지난 11월 4일에 교육을 수료하고 며칠 후 우리 동기생 40명은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내장산으로 단풍놀이를 갔다. 열 번도 더 쉬어 겨우 정상에 올라 산 아래를 굽어보니 산천은 너무나도 아름다워 나도 모르게 『아! 너무나도 아름다워라』는 탄성과 함께 가을바람의 선율에 맞추어 「아! 가을인가」라는 노래를 목청껏 불렀다. 돌아오는 길에는 다같이 노래를 불렀는데 마지막 남은 힘까지 외쳐대는 Silver세대들의 노랫소리는 마치 우리들을 이렇게 늙게 한 무상한 세월을 원망하면서도 아직 남아있는 세월이 더 많이 있다고 억지를 부리며 절규하는 것 같았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Silver세대 모임을 만들기로 하여 11월 중순에 첫모임을 갖고 이름을 「실버컴 클럽」이라고 지었다. 그 날은 이번에 수료한 학생 대부분이 참석하여 그간의 회포를 풀어놓았는데, 컴퓨터 배우기를 얼마나 잘했는지 모르겠고, 생활의 활력소가 되었다고 자랑이 한창이었다. 모두들 컴퓨터를 배워 몸도 마음도 젊은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서 그 자리가 매우 흐뭇했다. 돌아오는 길에 내 머리 속은 온통 컴퓨터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컴퓨터는 아직도 내가 배워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인터넷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경지에 이르기까지 계속 공부할 작정이다.

주변 노인들에게 나의 「컴맹탈출」 체험담을 얘기해주면 『우리도 과연 배우면 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나는 그 질문에 자신 있게 『여러분!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가장 늦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입니다. 자신을 가지십시오!』라고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그리고 그들에게 무료교육을 실시하는 여러 곳을 일러준다. 무료교육기관의 한 곳에서는 나에게 도우미 역할을 해줄 것을 부탁하여 바로 승낙하였다. 돌이켜보면 몇 달 전 만해도 교육생이었던 내가 이제는 도우미가 되어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을 생각해보니 감회가 새롭다. 내가 배울 때 어렵거나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점들을 알려주고, 최선을 다한다면 그것보다 더 보람된 일이 없을 것 같다.

끝으로 나는 어느덧 훌쩍 나이가 먹어버린 Silver세대의 한사람으로서 이러한 좋은 공부를 하게 해주신 한국정보문화운동협의회에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며, 또한 남들보다 먼저 컴퓨터교육을 이수하여 컴맹 탈출을 하게 되었음을 깊이 감사드리며 졸작의 수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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