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지난해 페리 전 대북조정관 방북과 올해 북한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미국 방문,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방북 등으로 북미관계는 새로운 질적 국면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북한과 미국 관계개선 전망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테러지원국 해제, 경제제재 완화, 평화협정 체결, 미사일문제 해결 등 핵심현안에서는 행정부와 의회 등의 구체적 검토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테러지원국 해제문제는 북미관계 핵심쟁점으로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위는 미국 대북경제제재 완화의 핵심변수이며 국제금융기구의 공적차관 제공의 가장 중요한 걸림돌이다. 테러국 해제는 미국의 대북경제지원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테러국 해제는 상징적 효과가 크고 관계개선의 추가조치를 이행하기 위한 필수조치이지만 대북경제제재 완화나 국제금융기구의 공적차관 제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경제정책 변화 등 추가조치가 있어야 한다.
대북경제제재 추가완화는 행정절차와 의회 동의과정을 수반하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미 행정부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조치들은 대부분 취해졌으나 일반특혜관세 부여와 최혜국 대우 등은 해제 및 완화의 근거조항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측의 상응변화가 전제돼야 가능하다.
향후 북미관계 개선의 핵심변수는 미사일문제다. 현재 북미 양국은 영구적인 실험발사 중단과 중동지역 수출금지문제를 본격 협상하고 있다. 북한은 수출중단으로 인한 경제적 보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수출중단을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미사일문제 해결의 선결과제다.
이와 같은 북미관계 개선을 고려할 때 남한의 전략물자 반출제도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첫째, 북한은 최근 남한과 전자산업을 포함해 기술집약산업의 경제협력을 요구하고 있고 북한이 우수한 인적자본과 남한의 선진설비 및 기술을 접목시킬 수 있는 분야를 새로운 경제도약 활로로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전략물자 반출제도는 남북경협이 제조업 투자국면에 본격 진입하고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이 제도를 보수적으로 운용하면 기술집약적 제조업의 대북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해 경협은 투자국면으로의 확대발전이 사실상 어려워지고 설비제공형 임가공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 현재 정부는 남북경협에서 북한의 군사적 긴장을 고려해 신소재·전자장비·통신·정보보안 등 대외무역법상의 전략물자 관련사업을 반출제한품목으로 규정하고 있다.
탈냉전 이후 전략물자의 수출통제체제는 대공산권수출통제기구(COCOM)체제를 이어받은 「바세나르협정(Wassenaar Arrangement)」에 근거하고 있다. 이 협정은 상용무기(conventional weapons)와 이중용도 품목 및 기술의 불법축적 방지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회원국은 국내입법을 통해 肩??품목의 이전이 바세나르체제의 취지에 반하지 않도록 법적보장을 해야 한다. 바세나르협정이나 전략물자 수출입제도는 민간기술의 군사적 전용을 방지하는 것으로 평화적인 산업용 이전 자체를 막자는 것이 아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현재의 전략물자는 대부분 이중용도 품목이기 때문에 용도판정을 어떻게 하느냐가 논란의 대상이다.
특히 향후 남북교역에서 전자·전기·통신 등 제조업분야의 설비제공형 임가공이나 설비투자는 용도 판정을 보수적으로 할 경우 투자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민간기술의 군사적 전용을 방지하면서 본격적인 제조업분야의 투자를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전략물자 반출에 대한 보다 세부적인 대책이 요구되
고 있다.
우선 이중용도 품목의 반출과 관련해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최종용도 통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다.
바세나르협정은 평화적 목적 수행을 위한 이전은 허용하고 있지만 용도 통제의 기준은 모호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남북경협에서 최종용도 통제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야 한다.
이와 관련, 미국 수출관리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위험신호(red flags)지표나 고객관리지침(Know Your Customer Guidance, EAR Part 732 Supplement No. 1) 등이 참고가 될 수 있다. 또한 북한에 투자된 전략물자 및 기술의 산업용도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지침의 제정 또한 요구되고 있다.
물론 이중용도 품목을 투자하는 민간기업은 북한지역내에서 전략물자 및 기술의 관리체계가 요구되고 있다. 미국·일본 등은 비확산 통제물자 및 기술을 불법적으로 유출한 국가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장비·공작기계·통신장비 등 고도기술제품을 수입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북한 반출시, 미국 성분이 10% 이상 포함된 이중용도 제품에 대해서는 미국 상무부 수출관리국(BXA)이 규정하고 있는 이중용도 상업제품 및 기술데이터의 수출과 재수출에 대한 관할권 저촉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이에 따라 미국 성분 포함 제품의 대북투자과정에서 정부는 미국 상무부와 사전협의채널 및 사후관리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민간기업이 미국정부를 상대로 품목별 사전문의를 한다고 할 때, 상당한 시간과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제조업의 남북교역을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이 용도 통제에 주의를 기울여 최종용도가 평화적 목적의 산업활동임을 입증함으로써 전략물자 재수출과 관련된 문제 발생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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