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산업지도 바꿀「흥부네 박씨」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음성은 물론 동영상 데이터까지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꿈의 이동통신 IMT2000. 뉴밀레니엄 통신수단으로 평가받는 IMT2000이 2002년 5월 현실로 다가온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통신·SK텔레콤·LG글로콤을 비롯, 하나로통신이 주도하는 한국IMT2000을 중심으로 대단위 컨소시엄이 형성됐고 이들 컨소시엄이 지난달말 정보통신부에 사업신청서를 제출함에 따라 IMT2000은 본격적인 사업궤도에 들어서게 됐다.

이들 컨소시엄을 중심으로 600∼700여개씩 총 수천개의 장비·부품·콘텐츠업체들이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은 IMT2000이 전세계 통신서비스 및 관련 장비업계의 산업지도를 바꾸어 놓을 만큼 막강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이동통신서비스 업체들의 경우 IMT2000 티켓을 거머쥔다면 21세기 통신혁명의 주체세력으로 부상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자연도태라는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IMT2000은 생존과 직결된 키워드로 부상했다.

IMT2000의 시장성은 매우 밝다. 정통부가 발표한 정책방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IMT2000 가입자는 서비스개시 연도인 2002년 100만명으로 출발, 5년째를 맞는 2006년께는 전체 이동전화 이용자의 절반 가량인 150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2005년부터는 본격적인 수요가 발생해 해마다 큰폭의 성장세를 보여 오는 2011년에는 가입자수가 27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사업성면에서도 2005년 또는 2006년이면 누적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뒷받침하는 IMT2000의 매출 예상치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경우 2003년 1조8000억원, 2004년 4조2242억원, 2005년 6조5939억원, 2010년 14조원으로 내다봤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IMT2000의 사업성이 좀 더 높은 것으로 보고 2003년 2조4000여억원, 2005년 13조300여억원, 2010년에는 23조8000여억원이라는 연구결과

를 발표했다.

어떤 경우건 IMT2000 서비스 사업은 오는 2003년부터는 해마다 2배 이상의 외형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서비스사업뿐만 아니라 장비시장에서도 IMT2000으로 인한 대규모 시장창출이 기대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IMT2000 서비스 도입으로 내수시장에서만 2002년 1조6727억원을 시작으로 2003년 2조603억원, 2004년 1조9393억원, 2005년 1조6808억원 등 매년 1조6000억원에서 2조원 가량의 시스템시장이 열리게 될 전망이다.

이런 점에서 IMT2000은 전화서비스업계·시스템업계·부품업계에 장밋빛 미래를 가져다주는 「흥부의 박씨」와도 같은 존재로 평가되고 있다.

정체단계에 직면한 기존 이동통신관련 장비 및 부품업계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되는 것은 물론 기존 이동통신의 서비스 영역을 허물고 지금까지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신세계를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IMT2000은 단순 이동전화서비스가 아닌 초고속 무선통신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멀티미디어 통신이다. 때문에 기존의 이동통신서비스·장비·부품 등의 업계는 말할 나위도 없이 인터넷콘텐츠업계·물류업계·컴퓨터통신업계·음성인식업계 등 산업 전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연간 수십조원의 현금흐름을 촉발시키는 미래지향적 초대형 사업이라는 점에서 그 파급효과 또한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최대 2Mbps인 IMT2000은 기존의 이동통신서비스에서는 불가능했던 고화질 동영상 구현의 꿈을 실현한다. 이런 점에서 하드웨어의 활성화 수준을 초월한 콘텐츠 사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초래하게 된다.

영화나 TV 프로그램, 뮤직비디오와 같은 동영상을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제공하는 주문형비디오(VOD)를 비롯해 게임·전자책·애니메이션 등 대용량 데이터 서비스는 IMT2000과 함께 전성기를 맞게 될 것이다.

IMT2000이 기존 통신수단과 대별되는 점 가운데 글로벌로밍은 IMT2000의 또다른 특징인 콘텐츠서비스 구현에 비한다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때문에 IMT2000이 창출하는 콘텐츠 산업의 규모, 즉 소프트웨어 산업의 규모는 현재 예측되고 있는 하드웨어 산업 활성화 규모의 수백 수천배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대비해 게임업체들은 화려한 그래픽·동영상·음향 등이 내장된 IMT2000용 대용량 게임을 개발중이고 향후 3년내에 전체 출판시장의 3% 가량을 점유할 것으로 전망하는 전자책 업계는 IMT2000으로 인해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체하는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

방송사들은 인터넷방송국을 속속 설립하고 디지털콘텐츠와 인터넷을 접목, IMT2000용 콘텐츠 개발에 나서고 있고 음반과 영화업계는 음향 및 동영상 실시간 전송기술을 축적, IMT2000서비스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콘텐츠 산업 활성화에 따라 음성인식이나 음성합성·화자인식 등의 음성기술 발전도 새로운 도약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음성기술은 연간 수십조원 규모의 새로운 시장을 맞게 될 것이며 이외에도 IMT2000 대중화에 따라 전자상거래를 비롯한 물류유통·위치정보·컴퓨터통신통합 등 상당수의 업계가 수혜처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IMT2000 서비스 개시시기는 이제 1년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1년여만 기다리면 전 세계인, 전 산업계 종사자들이 갈구해오던 작은 세계, 작은 우주, 더 나아가서는 미지의 세계가 150g에 불과한 IMT2000 단말기 안에 담기게 될 것이다.

◆장비업계-단말기 상용화 속도 경쟁

국내 대형통신장비업체들은 동기와 비동기 진영으로 갈려 각기 선택한 방식에 대해 우위론을 펼치고 있지만 경중 또는 우선순위의 차이만 있을 뿐 나름대로 동기와 비동기 모든 장비개발에 나서고 있다.

동기식 장비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삼성전자는 외국 경쟁사보다 몇개월 앞선 내년 9월에 단말기를 출시하고 서비스에 필요한 시스템은 내년 12월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97년초에는 동기식, 99년초에는 비동기식 IMT2000 기술개발에 착수했던 LG전자는 지난해 3월과 6월 각각 동기식 시스템과 비동기식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동기식과 비동기식 모두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오는 2002년 이전까지 동기 및 비동기 시스템과 단말기 전체를 상용화할 예정이다.

현대전자는 기존의 CDMA 개발성과와 IS-95B 기술에 ATM 기반의 동기식 시스템 기술을 접목한 동기식 IMT2000 시스템과 단말기를 연내에 상용화할 계획이며 별도로 비동기식 IMT2000 개발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비동기식에도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외국계 장비업체 전략 또한 만만치 않다.

모토로라는 미국·영국·홍콩·일본·한국 등에 마련한 연구소에서 동기 및 비동기식 IMT2000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95년부터 지금까지 연구에만 40억달

러라는 막대한 비용을 투입했다.

지난해 퀄컴의 시스템 사업부를 인수, 동기와 비동기식 솔루션을 모두 갖춘 기업으로 떠오른 에릭슨은 지난 5월 LG전자와 IMT2000 사업분야에서 포괄적인 제휴를 맺는 등 한국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퀄컴은 IMT2000과 관련해 동기 및 비동기 기술표준에 구애받지 않고 모두를 지원한다는 계획아래 기존 인프라를 바꾸지 않고도 2, 3세대 관계없이 로밍이 가능한 멀티 칩세트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이 멀티 칩세트를 한국에 먼저 공급, 한국 단말기 업체들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전세계 로밍을 실현하는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노키아는 내년 상반기 세계 최초로 비동기 방식의 서비스용 단말기·콘텐츠·애플리케이션 등을 지원하는 네트워크 제품을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이외에도 루슨트테크놀로지스·노텔 등 외국 유수의 업체들이 한국시장 선점이라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고 있다.

◆부품업계-국내외 시장규모 수십조

국내 부품업계는 IMT2000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대 혁신으로 믿고 있다. IMT2000 관련 부품시장은 그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미지의 처녀림인 동시에 폭발적인 성장가능성을 내포한 신천지기 때문이다.

IMT2000 서비스가 도입될 경우 국내와 해외 서비스사업자들은 시설투자 비용으로 연간 수백조원의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에 파생되는 부품수요는 실로 막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IMT2000으로 새로 형성되는 세계 통신부품 시장규모는 조만간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여 IMT2000 대륙은 젖과 꿀이 흐르는 신천지임에 틀림이 없다.

특히 IMT2000 단말기 생산에는 기존 이동전화기에 비해 50% 가량 더 많은 부품이 소요되고 부품당 부가가치가 높아 전세계 RF 업체에는 비약적인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IMT2000 서비스와 관련한 계측기시장은 90년대 중반 불어닥친 이동전화 열풍을 훨씬 능가하는 6000억원 이상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업체와 미국·독일·일본 업체들간의 치열한 각축전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외국업체들은 지난해부터 국내 IMT2000 시장을 겨냥해 시스템 및 단말기에 적용가능한 시험 및 계측장비를 내놓고 있다. 또 외국사들은 단말기 규격이 확정된 이후인 내년 중반에는 관련장비를 대거 출시할 예정이어서 국내업체들의 분발이 필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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