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발언대>무늬만 사이버대학 양산 우려

내년부터 우리나라에도 사이버 대학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사이버 대학은 인터넷과 영상강의 등을 통해 사이버 공간에서 배우고 가르치며 학위와 학점 취득은 물론 다른 교육기관 진학이나 편입때 법적 자격을 인정받는 것이다.

내년 3월 개교를 신청한 대학만도 16개교에 이르며 인터넷콘텐츠학과, 벤처경영학과 등 81개 학과에 모집정원이 1만5800명이다. 정보화 지식기반 사회 구축을 표방하면서 정부와 대학들이 큰 의욕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참여대학의 사전준비 소홀과 정부의 관리부재로 무늬만 대학이라는 비판도 들려오고 있다. 국내 사이버 대학은 지난 3년간 시범운용돼 왔는데 98년 2월 이후 교육부가 「원격대학 시범운영기관」으로 지정해 운영되고 있는 가상대학에는 모두 65개 대학, 15개 기관이 참여했다.

수적으로만 많으면 무엇을 하는가. 질적인 뒷받침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시스템의 결함으로 아예 강의가 이루어지지 않는가 하면 접속이 되더라도 강의내용이 부실하다는 학생들의 불만도 많다. 정부와 대학이 「인터넷 교육」이란 허울좋은 명분에 매달려 무리하게 추진하다보니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내년에 당장 일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학점과 학위를 인정하는 정식 사이버 대학을 출범시키겠다고 야단법석이다. 시범운용되는 기존의 사이버 대학도 전용서버의 용량부족과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유명무실한 것이 현실이 아닌가.

영국과 미국의 명문대학들이 인터넷을 통한 엘리트 사이버 대학을 내년부터 공동운영한다고 한다. 앞으로 사이버 대학은 인터넷을 의미하는 「웹」과 「교육(에듀케이션)」의 합성어인 「웨듀케이션」 개척의 신호탄이 될 것이 뻔하다.

대안교육으로 출범시키는 우리의 사이버 대학이 과연 어떻게 제기능과 역할을 다할 수 있을런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가상대학의 학점과 학위가 제대로 인정받게 될지도 의문이다. 조석으로 바뀌다시피하는 조령모개식의 우리의 교육정책이다보니 걱정이 앞선다.

이런 저런 이유로 대학을 갈 수 없었던 사람들, 또 기존 대학교육 후에 재교육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사이버 대학교육은 고마운 존재임에 틀림없다. 그러니 미미한 점은 지금부터라도 차분히 준비해 내년부터는 사이버 대학이 제대로 된 교육기관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그리고 계속되는 정책의 일관성도 필요하다고 본다.

배을순 부산시 사하구 신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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