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기업들이 콘텐츠 유료화라는 불안한 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이제까지 사람들을 모으기 위한 미끼에 그쳤던 콘텐츠를 잘 포장해서 돈을 받는 정보로 탈바꿈시키고 싶다는 것이다. 정보사회에서 정보는 재화이고 재화는 대가를 지불해야 된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껏 우리가 닷컴기업에 지불한 대가는 사이트를 방문해 준다는 것, 그리고 번쩍거리는 배너광고를 무심히 보아준 것이었다.
심지어 초기에는 자사의 사이트를 방문하면 돈을 준다는 발상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은 것이 대단한 아이디어였고 경품도 당연시되었다. 닷컴기업은 가입자를 늘리고 광고유치를 통해 매출을 늘리며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이를 전자상거래로 연결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수익모델이었다. 그러나 믿었던 배너광고는 그 효과를 의심받기 시작했고 광고시장은 그렇게 쉽게 커지지 않았으며, 전자상거래도 오프라인 유통업계에 밀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일부 닷컴기업이 다시 본질을 따져보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가 진정 하려고 했던 것은 양질의 정보제공이 아닌가. 정보를 팔아보자. 그러나 한번 공짜에 입맛을 들인 고객은 생각처럼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이제 대부분의 닷컴기업들은 가치있는 콘텐츠를 유료화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풀어야 할 난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한달에 몇만원씩 하는 통신요금은 기꺼이 부담하면서도 콘텐츠에는 한푼도 내지 않으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서서히 그렇지만 분명하게 고객들 사이에서도 내가 원하는 가치있는 정보가 있다면 돈을 낼 수도 있다는 인식이 퍼져가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새로운 매체 출현시 가장 빠른 전염성을 갖는 본능에 호소하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유료화 사례가 있었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리니지라는 온라인 게임은 충성스러운 유료 이용자들을 잡아두는 데 성공했고, 몇몇 성인전용 인터넷방송도 유료화에 성공했다. 콘텐츠 유료화에 성공할 수 있는 모델은 성인물밖에 없다는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기도 하지만 성인물은 네티즌에게 유료화 자체를 일반화시키고 콘텐츠도 유료화가 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만은 분명하다.
정보 유료화는 고급정보 제공사이트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재테크정보, 증권 사이트들이 그 예다. 뉴스 사이트들은 기업이나 기관을 대상으로 한 B2B 콘텐츠 판매에서 돌파구를 찾아 보고 있다.
물론 많은 유료 사이트들은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일부는 「한국에서는 아직도 정보는 공짜」로 알고 있다고 한탄하면서 스스로 백기를 들기도 한다. 딜레마도 있다. 디지털 자료의 특성상 애써 만들어 놓은 알토란 같은 콘텐츠가 너무도 쉽게 복사되어 유사 사이트가 난립하기도 한다. 혹은 비슷한 콘텐츠를 가진 무료 사이트가 생기고 저작권법은 아직 제대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고객들은 오프라인보다 상대적으로 불편한 지불수단을 핑계대기도 한다. 그러나 한번 제대로 된 정보를 구해 본 고객들은 다시 그 사이트를 방문하게 돼 있다.
문제의 핵심은 과연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려는 의지를 가진 닷컴기업이 있는가다. 투자회수기간이 길더라도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드는 데 역량을 집결하려는 노력을 하겠는가가 관건이다. 필요한 정보는 언젠가 팔리게 돼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겨 봐야 할 때다. 많은 사람들은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있게 우리 정보를 돈주고 사라고 말할 수 있는 닷컴기업이 과연 몇이나 있는가. 어렵지만 정도를 걷자. 그러면 이 고통스러운 터널을 빠져나오는 길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고객들도 이제는 인식을 바꾸도록 노력하자. 남들이 애써 만든 정보라는 상품은 당연히 공짜가 아니다. 이제까지 인터넷을 이용한 많은 사람들은 닷컴기업의 몰락에 일정부분 빚을 지고 있다. 돈내는 정보, 돈되는 정보. 인터넷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해 바람직한 논리다. 해는 저무는데 어두워지기 전에 가야할 먼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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