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디자인 시대의 도래....이창한 산업자원부 디자인브랜드과장 changhanlee@h

21세기는 기술의 시대다. 기술의 진보는 지금까지 인류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의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19세기말 기계기술과 전기기술의 발전이 인류를 육체노동의 구속에서 벗어나게 했다면 20세기 말부터 시작된 정보통신기술의 혁명은 인류를 지식의 한계로부터 자유롭게 만들고 있다. 또한 윤리논쟁의 한가운데에서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생명공학의 눈부신 발전은 바야흐로 인류를 종(種)의 제약으로부터 해방시킬 태세를 갖추고 있다. 러시아의 문학가 미하일 일리인의 말대로 이제 인간은 자연의 제약에서 벗어나 거인이 됐고 신의 권좌를 위협하려 하고 있다.

아울러 21세기는 디자인의 시대다. 보다 개인주의화하는 사회에서는 기호가 분화되고 초감성적인 욕구가 소비패턴을 좌우한다. 소비자는 상품을 구입할 때 동시에 그 상품의 이미지를 구입하며 상품을 단순한 객체가 아닌 관계적 대상으로 인식한다. 소비자는 상품의 구매과정에서 자신의 기호를 강화하며 상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느낀다.

앞으로는 기업이 과거와 같이 똑같은 제품을 대량으로 만들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기업은 제품을 차별화해서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에 맞추어야 한다. 문제는 제품의 기능을 다양화할수록 생산비용이 증가하고 이윤이 감소하는 데 있다. 기능의 다양화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제품전략은 디자인의 다양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소비자의 개성에 맞는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생산비용을 줄이고 판매량을 늘리는 길이다.

정부는 디자인산업을 우리나라 21세기를 이끌어 나갈 중요한 산업 중의 하나로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대통령 주재하에 제1회 산업디자인진흥대회를 개최, 우리나라 디자인산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디자인산업의 비전과 발전전략」을 마련해 기업의 디자인 개발과 디자이너 양성, 디자인 인프라 조성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올 3월에는 디자인특성화대학원 석사학위 취득자를 전문연구요원에 포함시켜 병역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디자인혁신센터를 서울·광주·부산 등 5개 지역에 설립하고 디자인벤처기업 33개를 지정하며 50억원 규모의 디자인 벤처펀드도 조성했다.

아울러 세계 최대의 디자인 웹사이트인 designdb.com을 개설했고 산업체 현장의 디자이너 재교육을 위해 사이버상으로 최신 디자인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e디자인 아카데미도 설립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과 병행해 기업에서도 디자인에 대한 투자를 작년 2조원에서 올해에는 3조원으로 대폭 확대하는 등 디자인 경영체제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대학에서도 기존 미대 소속의 디자인학과를 디자인특성화대학으로 확대·독립시키는 등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고 있다.

지금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세계그래픽디자인대회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디자인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내년 10월에는 세계디자이너들의 축제인 세계산업디자인총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리고 아울러 국제적인 디자인엑스포도 개최할 예정이다.

디자인계는 2001년을 디자인의 해로 선포해 앞서가는 디자인, 디자인을 통한 산업경쟁력 강화에 노력할 계획이다.

올해 3월 「타임스」지는 「디자인의 재탄생」이라는 제목으로 50년 만에 디자인을 커버스토리로 다루면서 『기능의 시대는 가고 형태의 시대가 온다』고 지적하며 21세기는 디자인의 시대요, 디자인의 신황금기가 될 것이라고 기술했다. 디자인이 중요시되는 만큼 디자이너들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디자인은 기술과 예술이 접목되는 부분이다. 그 속에는 냉철한 기술의 이성과 뜨거운 예술의 감성이 살아 숨쉰다. 그런 의미에서 과감한 기술개발 투자와 독창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만 디자인산업이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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