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컴퓨터학과 변정용 교수 byunjy@dongguk.ac.kr
북한은 아직 인터넷이 연결돼 있지 않다. 만약 인터넷이 연결돼 남북의 젊은이들이 채팅을 하게 된다면 그것이 가능할까. 하지만 의외로 그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남북의 한글코드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남북 정상회담 때 통역을 두지 않은 것과는 달리 남북한이 정보교환을 할 때는 통역에 해당하는 코드변환 소프트웨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것은 남북경협이 본격화하거나 통일이 됐을 때 커다란 장애물이 아닐 수 없다. 남북의 정상이 만났을 때도 필요없었던 통역이 정보기술분야에서는 왜 필요한지 그 이유를 알아보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해 본다.
그 이유는 먼저 남한과 북한이 한글(조선글)의 자모배열순서를 달리하고 있으며 부호화 대상으로 삼고 있는 음절수가 남한은 2350자, 북한은 2420자로 다르다. 현재 국제표준에는 지난 90년대 초반에 남한의 표준규격을 국제표준화기구(ISO)에 등록했기 때문에 남한 단독안이 반영돼 있다.
북한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지난 94년부터 남한측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고 3년간 논의끝에 96년에는 자모순 등에서 학술회의 수준의 합의안을 만드는 노력도 있었다. 지난 봄 베이징에서 열린 ISO 문자분과위원회(IEC JTC1/SC2/WG2)에서 북한이 제안한 5개 개정안에 대한 투표가 있었지만 모두 부결되었다.
북한은 다시 지난 7월 5일자로 ISO 문자분과위원회에 그 안을 정식으로 제출했다. 그 내용의 대략은 한글은 남북이 공히 쓰는 것이고 북한도 하나의 국가인만큼 동등한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 주장은 문자 이름을 현재의 「Hangul」에서 「Korean Alphbets」로 바꿔야 한다.
둘째는 남북한이 서로 다른 자모 배열순서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북한의 자모순서도 반영해 주어야 한다. 셋째는 8자의 자모를 추가해야 한다. 넷째는 북한에서만 사용하는 기호문자를 추가해야 한다. 그리고 다섯째는 북한에서 사용하는 한자를 추가해야 한다.
여기서 정보기술 분야에서 먼저 시급하게 논의되어야 할 부분은 바로 둘째, 셋째 항목이며 나머지는 심각한 사항이 아니다. 특히 자모 배열순서에서 남쪽은 자형순이고 북쪽은 음가순으로 다르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북한은 된소리와 복모음을 뒤쪽에 두었다. 예를 들어서 초성에 된소리인 「ㄲ, ㄸ, ㅃ, ㅆ, ㅉ」을 「ㅎ」 다음에 배열하고 「ㅇ」은 음가가 없으므로 맨 뒤에 두었다.
중성에서 복모음은 「ㅣ」 다음에 두었고, 종성에서 「ㄲ, ㅆ」을 「ㅎ」 다음에 두었다. 이러한 자모순서에 따라 조합된 조선국규 9566-97의 2420 음절은 한국 표준과 거의 대부분이 다르다.
앞으로 인터넷과 같은 정보통신이 가능하려면 장기적으로는 정보교환의 기초가 되는 남북한간 문자 코드 표준의 제정과 단기적 해결 방안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사안의 중대성으로 보아 남북한 정부가 장관급 회의 수준에서 일정을 만들고 학계의 전문가를 중심으로 하는 통일코드 제정 위원회 구성이 빨리 구성되어야 한다.
이 위원회에서는 현재 당장 남북한의 코드 변환과 이와 관련하여 발생할 제반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통일 코드 제정을 위한 기본 요구를 설정하고 정보기술 발전과 결부해서 관련된 제반의 기술 표준과 이에 따르는 후속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여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사전에 파악하여 해결함으로써 남북 교류 및 경협의 비용을 줄이고 실현을 앞당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진은 y:/통일칼럼 변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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