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DVD 규격 둘러싸고 주도권 경쟁

고선명(HD) 디지털 방송에 대응할 수 있는 「포스트DVD」 규격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일본 소니는 이달 초 열린 일본 최대 전자전 「CEATEC재팬 2000」에서 필립스와 공동 제안한 용량 22.5GB의 차세대DVD 규격인 「DVR블루」의 시험제품을 선보이고 제품화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에 맞서 도시바·마쓰시타전기산업 등을 축으로 하는 DVD포럼도 내년 봄을 기해 대용량의 차세대DVD 규격 마련에 착수한다는 방침을 내세워 견제에 나섰다.




이로써 소니-필립스 진영 대 도시바 등 DVD 포럼간의 포스트DVD 규격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마침내 수면위로 올라 온 셈이다.




DVD가 아직 가전과 컴퓨터 분야에서 주력 기록매체로 완전히 자리잡지 않은 상태에서 이처럼 포스트DVD 규격 경쟁이 일고 있는 것은 디지털방송 등 고품위(HD)TV 방송에 대응할 수 있는 대용량 차세대 매체 규격확보를 통해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단면 용량이 4.7GB인 기존 DVD는 HDTV 영상을 20분 정도밖에 녹화할 수 없는 반면 20GB 이상인 DVR블루 등 현재 공개된 차세대 규격은 HDTV 영상을 약 2시간, 현행 TV방송 수준의 화질은 8시간 정도 녹화할 수 있다.




소니가 CEATEC재팬에서 선보인 시험제품은 니치아화학공업의 청자색반도체레이저를 사용했다. 장치나 매체 사양은 지난달의 광메모리 관련 국제학회 「ISOM2000」에서 공개한 내용과 같다.




CEATEC재팬에서는 파이어니어도 DVR블루와 같은 광학장치단면 용량이 25GB인 재생 전용 디스크를 재생해 보였다.




DVR블루는 직경 12㎝ 디스크에 상변화(FC) 방식으로 데이터를 기록·재생하는 기술로 광원으로는 파장 405㎚의 청색레이저를 사용하며 기록층까지의 거리를 0.1㎜로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650㎚의 적색레이저를 사용하고 기록층까지의 거리가 0.6㎜인 DVD규격과는 호환성이 없다.




청색레이저는 여러가지 장점을 갖고 있지만 값이 엄청나게 비싸 실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DVD포럼은 청자색반도체레이저를 사용해 HDTV 영상을 2시간 정도 기록할 수 있는 20GB 이상의 차세대DVD 규격을 마련할 계획이다.




DVD포럼을 주도하고 있는 도시바는 포럼내 각 업체의 연구가 사실상 실용단계에까지 가 있어 내년 봄 열릴 포럼회의의 정식 의제로 제안해 규격화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시바는 현재 제안을 위한 준비 작업에 이미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소니-필립스 진영과 DVD포럼 진영간의 포스트 DVD 주도권 경쟁이 표면화된 가운데 연간 200만대 이상의 DVD를 생산하고 있는 LG전자와 삼성전자도 양 진영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나름대로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현재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양 진영이 내세운 포스트DVD 규격 관련 기술을 적극 검토하면서 독자 규격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준비중인 포스트DVD 규격은 소니진영의 DVR블루와 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소니진영의 DVR블루가 포스트DVD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포스트DVD 표준 규격이 확정되려면 최소한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여 당분간은 독자 규격을 발전시키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DVR블루를 포함한 포스트DVD 표준규격은 2001년 말쯤이나 확정돼 HDTV가 본격 보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2002년 상반기쯤이나 상용화 제품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지금은 포스트DVD 규격 다툼보다는 내년 상반기부터 시장이 본격 형성될 것으로 보이는 DVD리코더의 상품화에 주력하겠다는 게 국내 DVD업체들의 생각이다.




어쨌든 소니진영이 DVR블루의 시험제품을 선보이면서 포스트DVD 규격 경쟁의 표면위로 부상한 만큼 향후 양 진영간의 주도권 다툼이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 매우 귀추가 주목된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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