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린 무당은 작두춤을 춘다. 서슬퍼런 작두날에 올라서 「널뛰기」를 하듯이 신명나게 춤을 춘다.
신들리지 않으면, 신명이 없으면 무당은 작두를 탈 수 없다. 신명없는 작두춤은 두려움뿐만 아니라 다시는 무당이란 직업을 연명하기 어려울 만큼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문제는 신명이다.
IMT2000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정통부는 신명나질 않는다. 「업계에 끌려 다닌다, 기술표준에 대한 예측을 잘못했다, 비동기에 대한 연구개발을 너무 등한시했다」는 등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정통부는 여전히 신명을 잃은 상태였다. 배석한 정통부 공무원들은 야당의원이 IMT2000 기술표준협의회 운영상 문제점, 기술개발 지연 원죄론 등을 지적할 때마다 쓴웃음을 지었다.
IMT2000 기술표준에 대해 업계자율에서 「간접 수단 강구론」까지 말을 바꾼 상황에서 정통부 공무원들은 신명이 나질 않는다.
국감장 밖에서 공무원들은 「이런 소리를 들을 줄 알았다」며 줄담배만 피워댔다.
전임 정통부 장관 출신인 남궁석 의원이 「IMT2000 기술표준은 국익 차원에서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말바꾼 것은 따지고 싶지 않다」고 옹호성 발언을 할 때 정통부 공무원들은 차라리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른 국감 때라면 도감청 문제, 국내 정보통신 활성화 대책, 대북정보통신 교류방안 등도 핵심쟁점으로 부각됐겠지만 민감한 문제인 IMT2000서비스 관련사안 때문에 묻혀 버렸다. 「선방했다」 등의 평가도 나올 법 하지만 연일 매스컴에서 IMT2000을 둘러싼 정통부의 말바꾸기에 대해 질타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정통부 공무원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도무지 신이 나지 않습니다.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억지 춘향격으로 춤을 추는 기분입니다.』 국감장 밖에서 만난 정통부 공무원의 고백이다.
이제는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정통부 정책에 대해 업계의 비난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일관성과 원칙이 있는 정책이 추진될 때만이 힘을 얻고 신바람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신명없는 작두춤은 피를 부를 수도 있다.
<정보통신부·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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