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교육청의 두 얼굴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심사」. 이 두 가지 공식은 어느 분야든지 최고를 가리는 자리에서 중요한 지렛대임에 틀림없다. 특히 국가나 국공립기관에서 추진하는 각종 시설 및 건축 공사, 물품관련 입찰 등에서는 불문율처럼 여기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이다.

최근 충남도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학내 전산망 구축 사업은 이 두 가지 요건 중에 가장 기초가 되는 첫 번째 사항을 무시한 경우다. 학내 전산망 구축에 따른 전산장비 입찰과정에서 일부 특정업체 제품을 미리 선정, 다른 제조업체의 입찰을 원천적으로 막는 결과를 초래했다.

동일 종류의 기자재라면 이들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체에 모두 입찰할 수 있는 기회가 똑같이 주어져야만 한다. 하지만 충남교육청은 무슨 연유에서인지 독점사양인 외국산 특정업체의 제품을 구입하도록 지역 교육청에 지시했다. 전산장비 사양을 특정업체에 맞춰 못박았으니 반발이 없을 리 없다. 더욱이 충남교육청에 의해 낙점된 전산장비 기종은 동종의 다른 제품에 비해 고가인 것으로 알려져 예산낭비라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모 업체 관계자는 『충남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전산장비 사양이 이렇게 까다롭지 않다』며 『유독 충남만이 전산기종 사양을 특정업체 중심으로 까다롭게 명시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일부 지역교육청은 기술적으로 특정사양이 아닌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말이 나온다는 이유로 입찰공고에서 슬그머니 빼려다가 또 망신을 당했다. 입찰기준이 제대로 돼 있다면 그동안 애써 정한 장비사양을 고칠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 교육청은 도둑이 제발 저리듯이 단순히 기자의 취재가 시작됐다는 이유로 장비사양을 고치려 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00억원대나 되는 학내 전산망 입찰 장비가 불과 1∼2명의 도교육청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사실이다. 지역별로 전산장비도입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눈 먼 장님에 불과하다. 대부분 교사들로 구성된 이들 위원회가 전산장비에 대해 얼마나 알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도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련업체들의 얘기다.

이는 비단 충남만이 안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 시대에 앞장서겠다는 교육계의 학내 전산망 구축 사업이 제대로 흘러가고 있는지 곱씹어볼 때다.

<경제과학부·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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