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자만해선 안된다

박재천 아이클러스터 사장 kpark@icluster.co.kr

디지털시대에서는 우리나라가 일본을 앞선다고들 한다. 최근들어 우리나라의 벤처기업들이 국내개발된 시스템을 일본에 수출하는가 하면 사업모델을 전수하면서 현지 합작회사를 만드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미국의 경제주간지인 비즈니스위크도 지난 8월 8일자 기사에서 디지털시대를 수용하는 자세에서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앞서 있다고 소개했다. 정보화를 통해 국가경제에 큰 추진력을 제공하고 있는 일본은 장기불황에 빠져있을 뿐만 아니라 터널과 교량건설과 같은 산업사회의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중심이 돼 있어 우리나라와 같은 디지털 열풍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 일고 있는 벤처회사 붐은 일본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또 한국인의 절반이 인터넷에 접속하고 휴대폰가입자가 2700만명에 이르는 점 등을 들면서 디지털문화에 대한 한일 양 국민의 수준차가 크게 난다고 지적하고 일본은 한국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봄 한 세미나에서 인터넷시대에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로 선정된 존 체임버 시스코 회장도 디지털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에서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앞서 있다고 말했다. 또 5년전 필자가 PC통신사업을 담당했을 때 일본 이용자들보다 한국 이용자들이 이용량 및 이용시간에서 앞서있는 것을 알고 이용도면에서 일본을 추월했다는 사실에 조금은 흥분했던 기억이 난다.

일본은 산업화시기에 문호를 일찍 개방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고 반면에 우리나라는 쇄국정책을 고집하다 결국에는 일본에 합병되는 우를 범했다. 이제는 디지털시대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을 앞서고 선진국의 일원으로 당당히 세계의 경제를 이끌어 가는 희망을 가져볼 수 있을까.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비아냥은 지난 90년대초 우리나라 국민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성공적 산업화를 질시한 외국 한 언론의 코멘트 정도일 것으로 믿고 싶었지만 IMF환란은 「혹시가 역시」였다는 자괴감을 우리에게 안겨줬다. 우리나라 경제의 현주소를 바로 알았어야 했다.

디지털시대에서 우리가 일본보다 앞서 있다는 칭찬에 취하면 안된다. 우리나라가 정보화에 대한 무서운 열기를 갖고 있다고 해서 곧 정보통신산업의 경쟁력에서 앞서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모바일컴퓨팅에서 일본은 세계를 리드하고 있다. 일본의 NTT가 개발한 iMode는 불과 1년만에 1000만 가입자를 달성하더니 미국·브라질·프랑스에 이어 영국에도 상륙할 예정이다. 비디오게임분야에서 닌텐도·세가·소니 등이 번갈아가며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광전송분야에서는 일본의 후지쯔·히타치 등 전자회사들이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5월 유럽에 있는 경제전문연구소인 EIU(Economic Intelligence Unit)에서는 전자상거래 기반이 잘 갖춰져 있는 나라의 순위를 매기는 조사에서 일본이 21위로 24위인 우리나라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우리나라의 디지털 열기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또 인터넷사업을 수용하는 면과 네트워크인프라면에서 일본보다는 앞서 있다. 그러나 일본 정보통신산업의 잠재력을 생각할 때 우리나라가 앞서 있다고 자만해서는 안된다. 모리 요시로 내각이 「신생플랜」이라는 일본식 신경제를 이루기 위해 2년내에 혁신적인 IT인프라 확충을 완료한다는 거국적 계획을 추진하고 있음을 볼 때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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