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1조원 선물?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은 취임하면서 문화예산 1조원 돌파라는 선물을 받았다. 물론 국회의 예산심의란 과정을 남겨 놓고는 있지만 김 장관은 건국 이후 최초로 1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는 최초의 문화부 장관으로 기록될 게 확실하다.

장관 취임 후 정부예산이 확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장관의 뜻과 의지보다는 박지원 전 장관의 생각과 비전이 더 담겨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예산 1조원은 박 장관으로부터 받은 「큰 선물」임이 분명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김 장관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치 「계륵」과 같다할 것이다.

무엇보다 문화예산 1조원이라는 거창한 규모에 비해 문화산업과 문예진흥과 같은 문화분야에 쓸 돈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올해 1조404억원의 예산 가운데 관광·체육·청소년·문화재청 등의 관련 예산을 제외한 순수 문화관련 예산(문예진흥과 문화산업)은 5809억원에 그치고 있다. 올해의 5924억원에 비해 115억원이나 감축된 것이다. 문화 예술계 일각에서는 4334억원에 이르는 문예진흥 예산 중 이것 저것 빼고나면 순수예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은 200억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적인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산업계의 우려는 더욱 심하다. 영화·음반·게임·출판 등 문화산업 육성을 위한 내년도 예산은 1475억원으로 올해의 1787억원에 비해 무려 312억원(17.5%)이나 감소했다. 정부가 올 초 2003년까지 2조9328억원을 투자해 문화 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문화산업비전 21」 계획을 발표할 때와 비교하면 한참 뒤로 물러섰다.

더욱이 박지원 전임 장관은 재임 1년 6개월 동안 문화산업 전도사 역할을 자임해 게임을 비롯한 콘텐츠 산업육성에 앞장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장관은 그리 썩 좋지 않은 스타트 라인에 서 있는 것 같다. 자칫하면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면서도 문화산업 진흥에는 소홀히 한 문화부 장관으로 기억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까지 작가 출신인 김 장관이 순수문화에 대해 갖고 있는 열정만큼이나 문화산업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과 비전을 갖고 있는 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취임 보름여가 지난 지금 김 장관이 문화산업 육성을 위한 청사진을 한번쯤 제시해 보면 어떨까 싶다. 왜냐하면 정부의 생각과는 달리 문화산업계의 우려의 시각이 너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산업부·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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