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물로보면 다치는 세상」
디지털 시대에 가장 크게 변한 것이 있다면 바로 고객이 진정한 의미의 왕이 되었다는 것이다. 고객의 위치가 어느 때보다 크게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고객을 왕으로 생각지 않는 기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게 되었다.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서로 연결되어 말할 수 있게 된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점점 고객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동호인 클럽이 하루만에 전세계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은 고객의 불만도 마찬가지로 하루만에 전세계에 알려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기업은 더 이상 고객의 불만을 숨길 수 없게 되었다. 누구나 부당한 경우를 당하면 인터넷에 올려 공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소비자 운동을 한층 강화하는 중요한 도구가 된 사례로 최근 파이어스
톤사의 타이어 리콜을 들 수 있다.
올해 7월 당시 미국에서는 파이어스톤 타이어의 결함 때문에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논란이 한창 일고 있었다. 이때 베네수엘라의 한 자동차공장 직원이 이 회사 타이어의 불량 및 리콜 사실을 미국 자동차 전략안전연구소의 케인이라는 연구원에게 e메일로 알렸다. 케인은 이같은 타이어 불량 사실을 자신의 연구소 웹사이트에 띄웠다. 그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이 웹사이트를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루 평균 방문객이 10만명이 안되던 웹사이트에 열흘만에 690만명이 접속해 파이어스톤을 비난했다. 견디다 못한 파이어스톤은 결국 650만개의 타이어 리콜을 공식 발표했다. 3억5000만달러의 금전적 손실을 보았고 리콜발표 당일 모회사인 일본의 브리지스톤의 주가가 38%나 하락했다. e메일 한 통이 전세계 수백만명을 잠재적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구하는
기폭제가 된 것이다.
작년에 일본의 대표적 가전회사 도시바도 한 고객을 우습게 보았다가 큰 코 다쳤다. 비디오 재생기에 문제가 있어 애프터서비스를 받으려고 전화를 걸었다가 그 회사 직원으로부터 폭언을 들은 고객이 억울한 사정을 폭언이 담긴 음성파일과 함께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것이다. 한달만에 조회수가 200만회를 넘고 수천건의 항의 e메일이 빗발쳤다. 어떤 사람은 심지어 MP3로 노래가사를 지어 인터넷을 통해 배포하기까지 했다. 결국 도시바는 백기를 들고 공식적인 대 고객 사과문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미쓰비시자동차도 자사제품의 결함을 20년동안 은폐해오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올해 강제리콜을 당했다. 69억달러에 달하는 금전적 손실도 엄청나지만 그동안 쌓아온 신뢰와 기업이미지에 결정적 손상을 입었다. 이처럼 기업들이 자기제품의 결함이나 고객불만을 적당히 숨겨 무마하려다가 존폐위기까지 몰리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되는 이유는 바로 개인과 대기업간의 힘의 균형이 인터넷을 통해 옳고 그름에 따라 개인에게 옮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문제가 생길 때 고객에게 먼저 알리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고객의 신뢰를 얻는 사례도 많다. 일찍이 통신장비업체인 시스코는 자사 제품에 문제가 발견되면 즉각 인터넷에 올려 고객에게 알렸다. 문제의 임시 조치 방법을 알려주거나 또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솔직히 시인하면서 고객의 신뢰를 쌓아갔다. 이에 힘입어 시스코는 타 경쟁사들을 앞질러 네트워크 시장을 석권하게 되었다.
금년 5월 IBM은 전세계에 22만대가 공급된 노트북 특정모델의 어댑터 중 6대에
과부하현상으로 인한 불량이 생기자 해당 모델을 지닌 모든 고객을 상대로 한 자발적 리콜을 발표했다. 0.003%에 불과한 확률로도 자발적 리콜을 한 것이다.
기업이 고객을 왕으로 생각하고 대해야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불변의 진리다. 그러나 네트워크로 서로가 연결된 디지털 시대에는 고객을 대하는 기업의 행동 하나하나가 투명하게 드러난다. 모든 것이 공개될 수 있고 일단 한번 밝혀지면 진실은 힘을 얻고 거짓은 바닷물에 허물어지는 모래성처럼 무너지게 된다. 특히 부정적인 것들은 더 빨리 알려지며 이를 은폐하려고만 하다가는 값비싼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된다. 이런 환경일수록 오히려 진지하게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기업이 전보다 훨씬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정치나 경제여건을 탓하기에 앞서 고객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을 제공하며 진실을 추구하는 기업은 어느 시대에도 성공이 약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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