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납 조각이 든 중국산 꽃게가 우리 식탁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일반 서민은 일년에 한번 맛보기도 어려운 고급별미에 속하는 꽃게. 혹자는 이번 납꽃게 소동이 중국업자들이 아닌 한인들의 작태일 것이라고 수군거리기도 했지만 결과는 중국 수출업자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그것도 미국 FDA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킨 업체가 말이다. 「우리가 봉인가」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하다.
사실 우리의 방역체계가 얼마나 허술했으면 한낱 중국 수출업자가 이 같은 가공할 범죄를 저질렀을까. 하긴 가공품은 보건복지부 산하 식약청, 냉동품은 농림부, 기타는 해양수산부 식으로 검역체계가 분산돼 있는 상황에선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곳곳에 구멍이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선을 약간만 옆으로 돌려보면 이 같은 상황이 농수산물 검역체계에만 해당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소형가전 분야가 대표적인 예다.
최근 들어 중국산 소형가전 제품이 물밀듯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헤어드라이어·소형청소기·소형선풍기·히터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물론 이 제품들도 수입업자들이 형식승인을 취득해 들어오는 엄연한 합법제품이다. 하지만 품질은 조악하기 이를 데 없다. 소비자들은 중국산 저가 제품에 대해 한 번 쓰고는 다시 못쓸 물건이라며 싼 게 비지떡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형식승인의 한계에 있다. 형식승인은 규격에 합당한지 여부만을 따지기 때문에 품질의 신뢰도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못한다. 지난 7월 1일부터 국제규격에 준하는 안전인증제도가 시행되면서 수입업자가 아닌 해외 제조업체가 직접 공장에 대해 실사를 받도록 하고 인증기준도 해외기준에 준하도록 대폭 강화됐다. 그러나 문제는 기존 형식승인을 인정해 주는 유예기간이 있어 앞으로 최장 7년 동안은 이미 받아놓은 형식승인 취득 물품들이 시장을 휘젓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안전인증이 민간기관 3곳으로 이양되면서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는 안전인증 취득 업체들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지 못하고 있다. 누가 어디서 어떤 제품으로 인증을 취득했고 어디가 어떤 이유로 인증을 취득하지 못했는지 파악할 길이 막연하다. 특히 형식승인 유예기간에 해당되는 제품과 새로 안전인증을 받은 제품을 통합관리하는 일은 누가 할 것인가.
수입 가전제품에 대한 주무부서 일원화와 철저한 관리감독 없이는 중국산 납꽃게 파동에서 보듯 불량 가전제품의 대량유통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느낌이다.
<생활전자부·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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