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우화 가운데 거짓말쟁이 소년과 늑대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는 서너살짜리 아이들도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이 우화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거짓말에 재미를 붙이게 되면 도덕성이 무감각해진다. 그러다 결국 아무도 거짓말쟁이의 말을 믿지 않게 되고 위기가 닥쳐도 도와주러 오는 사람이 없다.
정부는 올초부터 방송환경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올 디지털 위성방송사업자 선정작업을 벌여오고 있다.
당초 3개 컨소시엄을 하나로 합친 「원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하려 했으나 지분문제가 합의되지 못해 「비교심사평가(RFP)방식」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위성방송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3개 컨소시엄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들 컨소시엄의 주도업체 중 하나인 한국통신이 최근 잇따라 여론의 화살을 맞고 있다.
감사원 감사결과 한국통신은 지난 94년 이후 시티폰사업 등 10개 사업에 1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으나 5개 사업을 적자누적 등의 이유로 중단 또는 폐지했다. 또 총 16개 해외투자사업 중 13개 사업에서 계속적인 적자로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
이밖에 한국통신은 초고속통신망가입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번 일들로 인해 한국통신의 체면은 말이 아닌 셈이 됐다. 한국통신은 위에서 든 사례에 대해 나름대로 할말이 있을 것이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고 강변할 수도 있다. 또 이번 일들이 위성방송사업을 하는 데 있어 직접 관계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주변에서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한국통신의 도덕성뿐만아니라 사업 추진능력에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통신이 위성방송사업에 대해 확고한 비전과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해도 양치기소년의 거짓말에 속아온 동네사람들이 더이상 소년의 말을 믿지 않게 됐듯이, 한국통신의 말을 더이상 믿지 못할 수 있다.
한국통신이 위성방송사업자 선정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려 한다면 이러한 불신의 벽을 먼저 허물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위성방송사업자 선정작업이 마무리되기까지는 두달여 남았다. 한국통신뿐만 아니라 심사에 참여한 3개 컨소시엄 모두 보다 솔직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양치기소년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만을 바란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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