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분야에서 경쟁력의 요체는 솔루션이다. 서비스분야와는 달리 시장 부침의 영향을 덜 받는데다 수출시장 개척도 용이한 편이다. 게다가 핵심기술인 경우 전체사업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막강한 위력을 갖는다는 것은 해외 유력 IT업체들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유망한 솔루션업체는 관련업계는 물론 국가차원에서라도 육성·발전시켜야 된다는 명제가 가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것이 최근 급부상중인 무선인터넷시장이라면 더 말할나위 없다
무선인터넷 솔루션 개발업체인 A사는 이동전화상에서 게임이나 캐릭터 다운로드 서비스를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 지난 6월 국내 5개 이동통신사에 자사 솔루션을 공급키로 했다. 단 5개사가 모두 이 솔루션을 채택하는 대신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솔루션을 공급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영세한 콘텐츠 사업자들을 지원함으로써 무선인터넷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게 명목이었다. 결국 패키지당 500만원대라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기로 합의 아닌 합의(?)를 했다.
최근엔 일본 콘텐츠 기업이 들어오면서 일본 기업에도 이같은 조건으로 솔루션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솔루션 가격을 500만원선으로 정해놓은데다 솔루션 공급계약시 이통사와 협의해야 한다는 이면계약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이통사가 일본업체들에 「푼돈」만으로 국내 시장에 진입토록 도와주는 대신 국내 솔루션업체들을 죽이는 형국이 돼버렸다.
미국의 퀄컴은 CDMA 원천기술 하나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전했다. 모토로라를 비롯한 세계적인 통신업체나 반도체 업체들이 자체적인 기술개발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아붓는 이유도 기술력 확보만이 향후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밑거름이라는 데 공감하기 때문이다.
반면 기술개발을 통해 우수한 솔루션을 만들어낸 업체에 시장확대를 명분으로 헐값에 공급할 것을 권고(?)하는 등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를 우대하기는 커녕 날개를 꺾는 현재 우리의 풍토는 기술발전을 저해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이런 환경에서 어렵사리 솔루션을 개발하려는 업체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리라고 믿기는 어렵다.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보더라도 분명 제살깎아먹는 일이다. 이통사업자들의 근시적 사고가 안타까울 뿐이다
<인터넷부·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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