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전자상거래와 인증

KCP 이성용 사장(sylee@kcp.co.kr

전자상거래(EC) 시장은 가히 혁명이라 이를 만큼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국내시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 규모가 올해만 59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EC시장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문제점 또한 하루가 다르게 돌출되고 있다. 발전의 속도에 못이겨 우리는 자칫 이런 문제점들을 간과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국내 EC산업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라도 이런 걸림돌을 제거할 만한 대책이 시급한 것이다.

현재 EC와 관련된 제반 문제점은 배송이나 상품의 질, 소비자 불신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중 지불결제 인증은 EC의 선결조건인 신용거래를 해칠 수 있는 심각한 숙제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 기업대소비자간(B2C) EC의 지불결제 중 상당부분은 신용카드를 통해 해결된다. 그러나 인터넷 상거래의 경우 비대면 거래의 특성에다 주문자-카드소지자의 동일인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어 불량거래의 소지를 안고 있다. 만일 신용카드번호를 타인이 도용하거나 본인이 구매를 하고도 그 사실을 부인할 경우 쇼핑몰업체와의 분쟁발생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 EC에서 신용카드 도용사고는 다수 발생한 적이 있으며, 그 피해사례도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현재 인터넷쇼핑몰들은 신용카드 부정사용에 대한 위험부담을 안고 거래를 지속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EC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현재 국내에는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본인의 부인행위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따라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그 진위여부를 불문하고 모든 책임은 쇼핑몰측에 돌아가게 된다. 인터넷쇼핑몰들은 이에 따른 금전적 손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때 사용자의 본인여부를 확인하고 거래가 있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인증」 절차가 필수적인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인증이란 실거래에서 당사자간에 서로의 신분을 확인하듯이 EC에서도 구매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거래가 있었음을 입증해주는 기술 및 제도다. 인증을 통해 신용카드 부정사용으로부터 인터넷쇼핑몰을 보호할 수 있고, 소비자도 인터넷쇼핑몰의 개인정보 유출 및 타인에 의한 카드 부정사용 등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 따라서 인증은 EC의 거래안전을 보장해주는 핵심기반인 셈이다.

인증의 이 같은 효용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인증제도는 현재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사용자는 불편함과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인증과정을 꺼리는 한편 인터넷쇼핑몰은 신용카드 부정사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해 일종의 불감증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구매자는 인증받은 쇼핑몰을 선택해 원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야 하고, 인터넷쇼핑몰 또한 인증서비스 고객우대 등의 정책을 편다면 인증은 안전한 EC의 기반인프라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결국 거래당사자간에 서로 믿고 상거래에 임할 수 있는 여건도 보다 조속히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국내에선 법·제도적 차원에서 인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지난해 7월 전자서명법이 발효된 바 있다. 또 올 들어 한국정보인증·금융결제원·한국증권전산 등 공인 인증기관(CA)들도 속속 서비스 채비를 갖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서는 민간업계에서도 신용카드사 및 전자지불업체들을 중심으로 안전한 인증서비스가 도입, 확산되는 추세다. 이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소비자나 인터넷쇼핑몰 등 거래당사자들이 안심하고 상거래 활동을 영위할 수 있다.

물론 EC의 안전성 문제는 인증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C의 각종 분쟁해결을 위해 지난 4월 전자상거래분쟁조정위원회가 발족했고, 7월엔 사이버소비자보호센터도 설립됐다. 정부와 민간이 안전하고 신뢰성 있는 EC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작지만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인증은 기술차원이 아닌 사회적인 의식의 문제다. 사용자나 업계, 거래당사자 모두가 EC의 건전한 발전과 활성화를 위해 인증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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