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안장비 업계의 제살깎기식 덩핌경쟁

국내 보안장비업체들은 최근 연간 38억달러 규모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보안장비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는 것은 물론 해외법인 설립 및 해외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말 뉴욕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보안전시회 「ISC 엑스포 2000」에는 35개가 넘는 국내 업체가 참가, 미주시장 공략을 위해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올들어 국산 보안장비의 수출물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국내 보안장비 생산업체들의 위상도 점차 높아지고 있어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 최근들어 보안장비업계에도 우리나라 수출산업의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제살깎기식 덤핑 수출경쟁 현상」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국내 중소 벤처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분야에서 이 같은 고질병은 심하다.

신규 업체가 크게 늘어나면서 국내 업체간 경쟁이 심해지자 일부 업체들이 수출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시장에서 무분별한 저가 덤핑경쟁을 벌이며 시장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

저가 덤핑경쟁의 피해는 부메랑처럼 국내 업체들에 되돌아오고 있다. 우선 DVR의 수출가격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국산 보안장비에 대한 외국 바이어들의 인식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성실하게 수출하는 업체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국내 보안장비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보안업계의 S사장은 『보안장비는 제품의 신뢰성이 생명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면서 『덤핑수출은 해외 바이어들에게 「한국산 보안장비는 가격은 싸지만 품질이 형편없어 사용할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줘 그동안 어렵게 해외시장 개척에 성공한 다른 업체들이 판로를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젊고 패기에 찬 벤처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보안장비업계에도 여전히 우리나라 수출산업의 고질병이 재연되고 있는 것 같아 우울한 마음이 드는 것은 계절탓만 아닐 듯 싶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